[아주초대석] 300개 기업 둥지튼 ‘드래곤밸리’…유니콘 캠퍼스 키운다

2019-12-1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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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용당캠퍼스 기업에 개방…5년간 112억원 투입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FAO 세계수산대학원 설립

혁신 산학협력 모델 통해 지역대학·도시 상생

김영섭 부경대 총장 “정부 사업과 연계…교육부 정책 뒷받침 필요”

“지금까지의 산학협력은 일방통행식 한계에 부딪혀 30점에 그쳤다. ‘대학=도시’라는 등식이 성립하려면 대학은 관념적인 울타리를 걷어내고 지자체, 지역 기업, 공공기관과 함께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플랫폼 기능을 해야 한다. 사회와 연결되는 혁신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개별 대학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교육부의 공격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2016년 총장 재임으로 7년째 부경대를 이끄는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 시대를 맞은 지역 대학의 활로는 새로운 형태의 ‘산학협력’이라고 단언했다. 지역경제를 바꾸는 힘이 사람에게서 나오고, 사람을 바꾸는 건 교육이기에 고등교육을 혁신해 미래 산업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김 총장은 거점국립대학·지역중심대학·교육대학 등 전국 41개 국·공립대 총장들의 협의 기구인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장을 맡아 올해를 바쁘게 보냈다. 산학협력 강화를 위해 지난 2월에는 군산대·금오공대·서울과기대·창원대·한국교통대·한밭대와 ‘지역 중심 국립대학 산학협력 벨트(K7-Belt) 구축’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K7-Belt는 전국 지역 중심 국립대학 가운데 산학협력 분야에 강점을 가진 대학이 지역과 국가 산업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구성한 협의회다. 7개 대학의 특성을 반영해 ‘광역 혁신 생태계 구축’이라는 지역 중심 국립대학만의 혁신브랜드를 정부 사업과 연계한다. 김 총장은 “지역 대학 산학협력단이 모여 캡스톤디자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지난 11일 본지와 만나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는 데 대처하기 위해 대학도 교수 직제가 개편되거나 학과가 통합된다거나 교수법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며 "학생 측면에서 보면 학과 간 벽 안에 갇혀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니 그 벽을 허물 수 없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 그물을 쳐 줘서 다른 전공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부경대]

◇한국의 실리콘밸리 꿈꾼다…‘드래곤밸리’에 300개 기업 입주

‘부산 최초의 대학’인 부경대는 최근 33만㎡ 규모의 용당캠퍼스를 기업들에 완전히 개방했다. 캠퍼스 하나를 산학협력/창업 특화 플랫폼인 드래곤밸리(Dragon Valley)로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300개 기업이 입주해 1500명의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드래곤밸리는 지난 2015년 부경대가 부산시의 대학 산학연 연구단지 조성사업(URP: University Research Park) 주관대학으로 최종 선정되면서 사용된 명칭이다. 향후 5년간 국고지원금 등 총 112억원을 투입해 동북아 최대 특화 산학연 협력단지 거점이자 ‘한국형 유니콘 캠퍼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 총장은 “용당캠퍼스에 있던 공과대학을 대연캠퍼스로 모두 이전한 뒤 이곳에 기업을 유치해 산학협력과 창업 특화 플랫폼인 ‘드래곤밸리’를 조성하자고 구성원들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부경대는 1941년 설립된 부산수산대와 1924년 설립된 부산공업대가 1996년 통합해 탄생했다. 해양수산 80여년, 공학 분야 100여년 역사를 기반으로 대연캠퍼스, 용당캠퍼스, 기장캠퍼스, 고성캠퍼스 등 4개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드래곤밸리라는 이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김 총장은 “용당동(龍塘洞)이라는 지명에서 착안해, 하늘을 비상하는 ‘용’처럼 큰 기업들의 보금자리라는 뜻”이라며 “대학 연구실은 어항인데 그 안의 물고기가 강과 바다로 나가 큰 고래가 되고 유니콘 기업이 되도록 맷집을 키워주기 위해 기업들에 기술·법률·금융·시장 등 필요한 부분을 원스톱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400억원 투입해 국내 최초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기장캠퍼스에는 양식 산업의 혁신성장을 선도하고자 국내 최초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해양수산부·부산시·민간참여법인 공동으로 2021년까지 3년간 총사업비 400억원을 투입한다. 기장캠퍼스 일대 6만7320㎡ 부지에 스마트양식 시범양식장을 조성하고, 주변 배후부지에는 민간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취·배수 시설, 전기, 환경시설 등 기반시설을 조성한다.

김 총장은 “스마트양식은 정보통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기존의 재래식·노동집약적 방법을 개선하고,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지식산업으로 재편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2013~2015년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연간 58.4㎏으로 수산물대국인 노르웨이(53.3㎏)나 일본(50.2㎏)보다도 많고, 세계 평균 20.2㎏의 거의 3배에 육박한다.

김 총장은 “전 세계적인 인구증가는 계속될 것이나 인류가 섭취할 양질의 단백질은 점차 줄어들어 양식 산업이 중요해진다”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는 이런 세계적 식량난에 대비하면서 양식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지난 11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부경대가 작년 8월 '의공학과'가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으로 선정되면서 학생들이 먼저 바뀌었다"며 "성취 욕구가 생기고 동기 부여가 되니 교수 연구실에 학생들이 넘쳐나고 대학원에 학생이 저절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사진=부경대]

◇유엔 직영 ‘FAO 세계수산대학원’ 설립 추진…해양 인재 양성 전력

지역 국립대로서 부경대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김 총장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바다에 강한 대학이라는 강점을 살려 세계 해양 대학의 허브가 되기 위한 ‘FAO 세계수산대학원’ 설립을 추진한 것이다.

부경대 세계수산대학원은 개발도상국의 수산 분야 역량 강화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유엔에 FAO 세계수산대학 설립을 세계 최초로 제안했다. 이후 설립 가능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부경대 내에 설립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FAO와 해수부가 FAO 세계수산대학 공동시범사업 운영을 위한 MOU를 체결함에 따라 오는 2022년 3월 시범사업 개강을 위해 국제 교수 6명과 석사과정 3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전쟁 후 폐허가 됐던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킨 원동력은 수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수산 인재 양성 요람인 부경대가 선진 수산기술을 아프리카·남태평양 등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석사 학위의 전문가를 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학생들이 서울·수도권으로 이탈하면서 지역 국공립대 위기론이 거론된다. 김 총장 생각은 다르다. 국공립대는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는 의무가 있기에 위기 극복이 아닌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그만의 교육 철학이 묻어난다.

그는 “지금까지 국립대는 교수 1인당 20명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령인구가 줄면 결국 작고 강한 나라가 돼야 하는데 그 중심은 사람이고 대학이 이들을 교육하는 평생교육 기관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경대의 강점인 수산·해양 분야가 됐든, 농업·의학 분야가 됐든 교육 한류를 세계로 확장하는 공격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당장 해외에 분교를 설치하려고 해도 재정, 정원, 학사관리 등 장애물이 많은데, 교육부가 우리의 높은 교육 인프라를 해외로 진출시킬 수 있도록 선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사진=부경대]


◆김영섭 부경대 총장
부경대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일본 동경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원격탐사학회 회장, 한국기상학회부회장, 국제해양기관연맹회장, 세계해양포럼공동이사장, 열린대학교육협의회장, 지역중심 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 전국 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부경대 교무처장, 5대 총장을 거쳐, 현재 부경대 제6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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