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김봉진 “변화를 주도하거나 변화에 잘 적응하거나”

2019-12-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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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대만·싱가포르·홍콩·말레이·필리핀 등 아시아시장 공략

1곳이 배달앱 시장 90% 차지...공정위 독과점 판단여부 변수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배달의민족 제공]

[데일리동방] 국내 1위 배달음식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계 경쟁사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넘겼다. 그는 수차례 실패를 겪으며 변화와 생존에 익숙해졌다. 이번 지분 매각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 ‘변화를 통한 생존’ 전략이란 분석이다. 독과점 논란을 이겨내고 남은 절차를 마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13일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또 김봉진 대표 등 경영진 지분 13%는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지분과 추후 맞교환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3000만원 자본금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현재 기업가치 3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976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난 그의 유년기는 그다지 유복하지 않았다. 공부에도 취미가 없어 공업고 재학 시절 성적은 꼴찌 수준이었다. 대신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집안 사정으로 미술학원도 다니지 못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겨우 본래 뜻을 두고 있는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부친을 설득해 디자인학원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했고 다른 대학보다 실기 비중이 높은 서울예술대 실내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그는 주로 광고와 정보통신과학(ICT)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모션·네오위즈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은 그는 2008년에 처음 창업에 도전한다. 첫 도전 분야는 ‘가구’였다. 그가 내놓은 수제 디자인 가구사업은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언론에도 몇 차례 소개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높은 단가와 낮은 사업성으로 결과적으로 실패를 거두고 만다. 첫 번째 사업으로 김봉진은 2억원이라는 막대한 빚이 생겼다.

폐업 후 낮에는 NHN에서 디자이너로 밤에는 다른 디자인 시안 일감을 수주해 일하며 빚을 갚았다. 그리고 빚을 채 다 갚기도 전인 2010년 그는 다시 창업에 도전한다. 김 대표가 커리어를 쌓아 온 ICT분야에서 친화적인 사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이 분야 전문 디자이너 5명과 세운 회사는 UX 컨설팅 업체인 ‘플러엑스’였다. 시작은 ICT 전문가인 친형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형들이 앱을 만들면 플러스엑스가 디자인을 입히는 형태였다.

그는 공동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국민대 대학원에 진학해 다시 한번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시각디자인 석사 과정 중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혁명이 찾아왔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해 나가게 된다.

김 대표는 다양한 앱을 내놓으며 시장성을 테스트했다.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찍으면 자동으로 입력이 되는 서비스, 오픈마켓 셀러를 겨냥한 주문량 파악 서비스 등 다양한 앱 서비스를 시도했다.

그 중 김봉진이 주목한 분야는 ‘전화번호’였다. 스마트폰용 전화번호부 앱을 만들고자 했으나 수익성과 확장성,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어려움을 느끼고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다른 형태 앱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다른 곳은 배달음식 전화번호 즉 ‘전단지’였다.

그는 배달의민족이 초창기 버전에 해당하는 전단지 앱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앱 디자인은 김봉진이, 클라이언트 개발은 그의 셋째 형이 담당했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첫 전단지 배달앱은 아니었다. 이미 배달통과 배달114 등 경쟁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직접 길거리를 다니며 모은 5만개의 전단지 DB, 여기에 매력적인 B급 정서 디자인이 사람들 눈길을 끌었다.

최초에는 전단지라는 서비스 방식을 유지한 채 지역 매니저를 두고 음식점 광고를 유치하는 영업 중심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하지만 곧 직접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형태로 방향을 다시 설정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성장할 수 있었다.

갈수록 거세지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처하기 위해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의 바로결제 수수료를 2015년 8월 폐지했다. 바로결제 수수료는 당시 회사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사업모델이었다. 결제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지속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온 상생과 업주 부담 축소를 위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회사 차원에서도 단기 수익보다는 이용자 확대와 고객 창출에 집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결정이었다.

지난해 5월 우아한형제들은 음식배달 로봇 ‘딜리’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3월에는 인공지능(AI) 투자 프로젝트 ‘배민데이빗’을 공개하고 1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결제 수수료를 포기하는 대신 식품 전반에 걸쳐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올해는 문화콘텐츠 플랫폼에뎌 손을 댔다. 지난 8월 우아한형제들은 웹툰 플랫폼 ‘만화경’과 영상놀이용 ‘띠잉’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아시아 시장 공략이다. 현재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태국·대만·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필리핀을 비롯해 한국·베트남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를 책임지게 된다. 다른 아시아 국가도 공략한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다. 사실상 회사 1곳이 국내 배달앱 시장의 90% 가까이를 차지하기 때문에 독과점 논란이 일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이 합쳐져서 크게 보일 수 있지만 관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지마켓과 옥션이 합병할 당시에도 비슷한 독과점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처럼 배달음식앱 시장도 쿠팡이나 카카오 등 거대 사업자가 들어왔고 시장이 재편되고 있어 생존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을 공정위가 들여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새로 설립될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아시아 시장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개인이 가진 회사 지분을 딜리버리히어로 지분과 바꾸면 김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 경영진 중 최대 개인주로 등극한다. 아울러 글로벌 3인의 최고위원회(니클라스 CEO·임마뉴엘 최고재무책임지·김봉진)에 합류해 그룹 중요 의사 결정에도 참여한다.

김 대표는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치열한 경쟁에서 회사를 지킬 강한 리더십과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다양한 고민을 했다”면서 “‘변화’와 ‘생존’으로 변화를 주도하거나 변화에 잘 대응하는 존재만이 생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로서 직접 상장을 하지 못한 점, 독일에 상장하는 회사가 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한국에서만 서비스를 잘 한다고 생존하기가 어렵다는 건 이미 선배기업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고, 더 큰 도전 기회들이 여러 아쉬움을 넘어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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