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그리스로 떠나려던 문차영은 권민성(유태오 분)이 남긴 편지를 건네받았다. 권민성은 이강이 문차영의 첫사랑인 것도, 문차영이 그리스로 떠난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는 문차영에게 이강을 꼭 잡으라며 “자신을 속이며 살기에 긴 인생이 아니다. 강이를 부탁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문차영이 만든 만두전골이 먹고 싶다는 핑계로 이강을 그리스로 향하게 한 것에는 자신이 떠난 후, 혼자 남을 이강을 위해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주고 싶었던 권민성의 깊은 마음이 있었던 것.
문차영은 낚시터에서 홀로 괴로움을 삭이는 이강을 찾아가 권민성이 자신의 만두전골을 잘 먹고 떠났다고 전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두 사람은 눈물로 이별의 아픔을 토해냈다. 그제야 이강은 권민성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 빗속을 걷는 문차영을 발견한 이강은 외면할 수 없어 차에 태웠다. 이강은 그리스로 돌아간다는 문차영에게 “다신 보지 맙시다”라고 차갑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빗길에 미끄러진 트럭이 두 사람의 차를 덮쳤고, 먼저 정신을 차린 이강이 다친 몸으로 차를 이끌고 인근 병원으로 갔다. 이강 역시 수술이 필요한 위급상황이었지만 진통제를 맞아가며 문차영을 수술했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 문차영은 과거 붕괴사고의 기억을 떠올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문차영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삶의 의지를 불어넣은 것은 바로 이강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강은 기적적으로 문차영을 살려냈다.
이강에게 흔들리는 마음이 사라질 때까지 그와 만나지 않길 바랐던 문차영은 난감한 상황에서 또다시 이강의 도움을 받는다. 계속되는 인연에 문차영은 괴롭고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그리스로 떠나지 않은 문차영은 거성호스피스 병원에 요리사로 남았다. 앞서 인연을 맺었던 한선애(김호정 분)를 비롯해 거성 호스피스 환자들과 식구처럼 지내는 문차영은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중 캐비닛 안에서 잠이 들었다.
병원 공사 소리에 붕괴사고의 트라우마가 엄습하며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던 문차영의 캐비닛을 연 사람은 바로 이강이었다. 눈앞의 이강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살려달라”며 매달린 문차영. 이강의 품에서 정신을 잃은 문차영의 모습은 또 다른 인연의 시작을 알렸다.
어린 시절의 밥 한 끼에서 시작된 이강과 문차영의 인연은 지독하게 엇갈렸지만, 운명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는 보지 말자”던 이강은 막상 눈앞에서 문차영이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수술도 뒤로 미루고 문차영을 살렸다. 심지어 무너진 백화점 아래에서 두려워하던 문차영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이강의 어머니였다. 두 사람만 모르는 단단한 인연으로 얽힌 이강과 문차영. 쉽게 닿지 않지만, 또 멀어질 수도 없는 무언가가 두 사람 사이에 있다. 사고 직전 이강의 눈물을 닦아주려던 문차영의 모습은 아련히 가슴을 울렸다.
그런 두 사람이 거성 호스피스 병원에서 다시 만났다. 오해와 엇갈림 속에 서로를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던 이강과 문차영의 인연에 변곡점이 찾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JTBC 금토드라마 ‘초콜릿’은 매주 금, 토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