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GS 회장 물러난 허창수, 재계 맏형 ‘올바른 길’ 고민은 계속

2019-12-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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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사령탑 동생 허태수 부회장에게 넘기고 용퇴

2021년 임기 전경련 회장직 유지, 적폐 낙인 극복 과제

허창수 전경련 회장(오른쪽)과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왼쪽)이 11월 15일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제28회 한일재계회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데일리동방] 동생에게 자리를 넘긴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위상 회복을 이어간다.

허 회장은 3일 사장단 회의에서 사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새 회장으로 추대됐다. 허창수 회장은 GS건설 회장직은 유지, 건설 경영에 전념한다. 그는 GS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놔 동생의 경영활동에 길을 터줬다.

이날 허 회장은 15년간의 회장직에 대해 소회를 밝히고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GS가 세계적 기업으로 서는 데 지체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GS 출범이래 숱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변화에 둔감한 ‘변화 문맹(文盲)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쉴새없이 달려왔다”며 변화에 대한 절박함을 강조했다. 2년 가까이 남은 임기를 채우기보다 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2004년 LG그룹에서 잡음 없이 계열 분리한 GS그룹은 에너지와 유통, 건설 등 각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초대 회장으로 15년을 지낸 허 회장은 내내 혁신을 강조했다. 지난 10월 대만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바이오 등 신기술을 앞세운 혁신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달 열린 임원 모임에서도 냉철한 현실 인식과 내부 혁신을 독려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성공・실패 사례를 모아 공유할 수 있는 체계와 과정 수립을 주문했다.

허 회장은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해 LG상사와 LG화학 등에서 인사, 기획, 해외 영업·관리 등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LG전선 회장과 LG건설(現 GS건설) 회장을 지냈다.

허 회장이 GS를 이끄는 동안 회사는 3배로 성장했다. 2004년 출범 당시 매출액 23조원, 자산 18조원, 계열사 15개 규모에서 지난해 기준 매출액 68조원, 자산 63조원, 계열사 64개 규모로 자라났다. 허 회장이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에 초점을 맞춘 결과 출범 첫 해 7조1000억원이던 해외 매출이 지난해 36조8000억원으로 뛰었다. GS는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기업집단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련도 컸다. 전경련 회장직을 겸한 그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이후 풍파를 견뎌왔다. 박 전 대통령 2심 선고 당시 미르・K재단 설립에 관여한 인물을 제외한 전경련 일부 임직원들은 직권남용・강요 피해자로 인정됐다. 그러나 2017년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한 뒤였다. 문재인 정권도 공식 행사에 허 회장을 초대하지 않는 식으로 전경련을 냉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벨기에 필립 국왕 초청 국빈 만찬에 허 회장을 GS 회장이 아닌 전경련 수장 자격으로 초청했지만 예외 사례로 남았다. 당시 관련 일정을 전경련과 벨기에 측이 준비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정부가 재계 소통 창구로 인정하지 않는 와중에도 민간 외교관 역할에 충실했다. 7월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응해 수출규제 방침 철회 촉구 건의서를 일본 경제산업성에 보냈다. 지난달 15일에는 도쿄에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과 제28회 한일재계회의를 열고 민간교류・협력 방안이 담긴 공동성명을 냈다. 10월에는 미국에서 31차 한미재계회의를 열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제외를 요구하는 공동선언문도 냈다. 8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10대 기업 관계자 간 비공개 조찬에도 전경련이 다리를 놓으면서 여전한 민간 외교 역량을 보였다.

10월 임원 모임에서 허 회장은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기본이 바로 서면 길이 절로 생긴다)을 말했다. 기본에 충실해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GS를 굴지의 그룹으로 키우고 임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혁신을 기본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2021년 임기인 전경련 회장직 역시 기본이 바로 선 기업인의 자세를 요구받고 있다. 2011년 이후 4연임한 재계 맏형의 어깨에 올리기에 무겁지 않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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