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경기침체에 기업 신용도 '빨간불'

2019-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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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기초체력 떨어지며 신용도 줄하락

내년 전망도 '먹구름'··· 자금 조달 차질 가능성도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기업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진 원인은 단연 실적 부진과 재무 상태 악화다. 장기간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침체 여파도 기업들의 살림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신용등급 '불패'를 자랑하던 대기업마저 일제히 흔들리는 상황이다.

◆등급 하락 원인은 실적 부진과 글로벌 경기 침체

3일 금융투자업계와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올해 기업 신용등급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단연 기초체력 저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부여한 24개 한국 기업 중 절반이 넘는 14곳의 신용도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디스는 부정적 전망을 제시한 기업들 모두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차입 부담 증가에 시달리는 것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인한 수출환경 악화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대거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상장사 실적을 봐도 체감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579개사의 영업이익은 82조20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8% 줄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진 것이다. 신평사들의 박한 평가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열린 나이스신용평가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공동세미나에서 최우석 나이스신평 평가정책본부장은 "40개 산업 대상으로 내년 산업위험전망을 평가한 결과 17개 산업이 불리한 환경에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그는 "17개 산업 중 7개 산업은 실적 저하도 예상돼 내년에도 신용등급 하방 압박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홍 S&P 한국기업신용평가팀장은 “올해 10개 이상 회사에 대해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거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며 “상향조정한 회사는 한 곳뿐이었다”고 밝혔다.

◆현대차 6년만에 하락으로 산업계 위기감 증폭

올 하반기 신용등급 하락 기조는 주요 기업 전반으로 확산돼 위기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현대자동차다. 지난 6년간 AAA를 놓치지 않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얼마 전 한국신용평가는 수시평가를 통해 현대자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기아차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등급이 내려갔다.

한신평은 현대·기아차 신용등급 하향 요인으로 수익 악화와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를 불안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후 한국기업평가와 나신평도 일제히 현대·기아차 신용등급을 낮췄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올해는 신차 출시와 함께 판매 호조를 보였지만, 세타II GDI엔진 보상 관련 비용이 반영돼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성적을 거뒀다.

김호섭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구조적 측면에서 수익 악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로템과 LG디스플레이는 신용등급 전망이 내려갔다.

최근 나신평은 LG디스플레이와 현대로템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LCD 부문 수익이 악화됐고, OLED 투자 확대로 인한 비용부담 증가가 영향을 끼쳤다.

현대로템은 3분기 1673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며 재무안정성이 훼손됐다는 점이 조정 요인으로 꼽혔다.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롯데렌탈은 대주주 변경과 함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또 한기평은 롯데손해보험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 무보증후순위사채,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을 각각 A, A-, BBB+로 한 단계씩 내렸다. 나신평도 롯데손해보험 신용등급을 A-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재현 한기평 전문위원은 "전반적인 경기 상황 악화와 실적 저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등급 하락의 주요인"이라며 "주요 산업의 사업환경이 대부분 비우호적이고 향후 등급변동의 방향성도 하락 우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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