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매체 CNBC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BMW와 창청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소형 승용차 미니(MINI)의 전기차 모델 등을 생산하는 신에너지차(NEV) 공장을 중국에 짓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장쑤(江蘇)성 장자강(张家港)시에 착공된 새 공장은 한해 16만대 생산 규모로 건설된다. 총 715억 달러의 공사비를 투입해 오는 2022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이 공장에서는 미니 전기차와 창청의 전기차 모델들을 생산할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BMW가 처음으로 중국에서 미니를 제조하게 된다. BMW는 그동안 중국 내수용 미니를 전량 유럽에서 들여왔다. 미니 전기차는 영국 옥스퍼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니콜라스 피터 BMW 재무총괄은 "이 합작 투자는 미니 브랜드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단계"라면서 "더 많은 수의 미니 브랜드 전기 자동차가 전 세계에 매력적인 가격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작 공장이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미니의 중요한 전략적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BMW와 창청의 합작 프로젝트는 오래 전부터 계획돼 왔다. 양사는 지난 7월 합작 계약서를 체결한 이후, 올해 11월 자본금 17억 위안(약 2871억원)을 절반씩 출자해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 '광수(光束)' 자동차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광수 설립과 관련해 '합자는 하되 공동경영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BMW의 이번 결정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돋보이는 중국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에서 팔린 전기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차 포함)는 각각 122만대, 116만대였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는 모두 429만대로 전년대비 28.4% 증가했다. 중국이 전체 전기차의 30% 가까이를 소화한 셈이다.
신화통신은 중국이 세계 최대 NEV 시장이라며, 중국에서 올해 1~10월에만 94만7000대의 전기차가 팔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중국에 전기차 바람이 강하게 부는 건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에 따른 것이다. 특히 중국은 만성적인 대기오염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전기차·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는 물론 'e-모빌리티(e-Mobility)'가 중국에서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도 자연스럽게 중국시장을 타깃으로 전기차 생산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e-모빌리티는 초소형 4륜 전기자동차와 전기 이륜차 등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2인용 간편 이동수단을 뜻한다.
대만 중앙통신(CNA)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 가운데 4분의 1을 전기차와 재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차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업계에 일정비율의 전기차 쿼터(할당량)를 부과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는 해외 브랜드와 본토 브랜드가 협력해 중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나서는 게 일반화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내년까지 중국 상하이 안팅(安亭)과 광둥성 포산(佛山) 등 두 곳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마련해 2022년 말까지 전기차 생산 규모를 연간 100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8년까지 22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며, 이 중 1160만대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견제 중인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연간 5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프랑스 르노는 지난 7월 중국 장링모터그룹(JMCG)과 중국 전기차시장을 겨냥한 합작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르노는 발표에서 '중국 전기차 산업의 발전 촉진'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로 유명한 독일 다임러그룹은 지난 2012년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와 5대5 합작으로 중국 현지 전기차 전문 브랜드 '텅스(騰勢)'를 만든 바 있다.
중국 전기차시장 전망이 밝기만 한 건 아니다. 전반적인 자동차시장 위축세와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 여파 탓이다.
CNA는 지난 3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 자료를 인용해 "중국은 세계 최대 NEV 시장이지만, 9월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15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판매는 10월에도 전년 대비 37.3% 줄어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중국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 역시 4.2GWh로 같은 기간 35.5% 줄었다. 올 들어 7월까지 매월 증가하다가 8월부터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조치와 경기둔화 확산 등으로 현지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생산과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라는 해석이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의 윌리엄 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많은 전기차업체들이 보조금 삭감 이후 매출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DBS그룹홀딩스의 레이첼 미우 애널리스트는 "보조금 축소와 경기둔화 등 시장 위협 요인이 그대로 남아 있어 현지 전기차 판매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올해 중국의 누적 배터리 사용량 성장폭이 대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중국 정부가 제시한 내년 200만대 판매 달성 목표가 좌절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편 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친환경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현지 업체인 비야디가 15.8%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일본 도요타(11.1%)에 이어 베이징자동차(6.1%), 벤츠(6.0%), 지리(5.7%), 상하이차 로웨(4.9%)에 이르기까지 시장 절반을 차지한 업체들 가운데는 현지기업들이 주를 이뤘다.
모델별로는 1위 도요타 코롤라(15만7077대)를 비롯해 상위 10위권에 혼다 CR-V(5만2070대·7위), 도요타 아발론(4만2872대·9위) 등 일본 브랜드 하이브리드차 3종이 포함됐다. 2위인 벤츠 C클래스(9만4955대)까지 4종을 제외한 10위권 나머지는 모두 중국 토종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