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심경’ 詩로 표현한 문희상 의장 “힘든 삶·추운 겨울 모두 잘 견뎌내길”

2019-12-0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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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어 ‘제17회 국회 시 낭송의 밤’ 참석

용혜원 시인 ‘어느 날 오후 풍경’ 낭독해 눈길

같은 날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넘겨 입장문도

문희상 국회의장이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7회 국회 시 낭송의 밤'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용혜원 시인의 ‘어느 날 오후 풍경’

창가에 햇살이 깊숙이 파고드는 오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에 구름 한 점
그림처럼 떠 있다
세월이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살아가면 갈수록
손에 잡히는 것보다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한가로운 오후
마음의 여유로움보다
삶을 살아온 만큼 외로움이 몰려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일 “살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힘든 삶도, 추운 겨울도 모두 함께 잘 견뎌내기를 소망한다”면서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도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회가 남아 있을 때, 할 수 있는 숙제들은 최선을 다해 해내는 정기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7회 국회 시 낭송의 밤’에 참석해 “지난해처럼 기회를 주신다면 시 한편을 소개하고 내려가겠다”며 용혜원 시인의 ‘어느 날 오후 풍경’을 낭독했다.

지난해 10월 그는 도종환 시인의 ‘가을사랑’을 읊어 청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은 바 있다.

문 의장은 “벌써 한해가 다 지나가고 겨울이 됐다. 참 세월이 빠르다”면서 “어느 시인은 추운 겨울을 이렇게 보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며 올해도 도종환 시인의 시(겨울나기) 구절을 소개했다.

그는 “국회 안에서 이뤄지는 여러 행사 중에 ‘시 낭송의 밤’이 가장 마음 푸근한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에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함께 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12월의 첫 날을 시와 함께 하게 됐다”고 했다.

문 의장은 “오늘 시 낭송의 밤 덕분에 2019년의 마지막 달을 시와 함께 시작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12월에 참 많은 일들이 있겠구나’라고 짐작되지만, 오늘은 아름다운 시의 운율 속에서 문학의 향기에 취해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행사에 앞서 문 의장은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국회의 수장으로서 사과를 담은 입장문을 냈다.

그는 입장문에서 “(오늘로) 5년 연속 법정시한을 넘기는 부끄러운 국회가 됐으며 국회 스스로 헌법을 어기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면서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부진즉퇴(不進則退)’ 즉, 나아가지 못하면 퇴보하는 것”이라며 “20대 국회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과 역사 앞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 두려워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한 ‘제17회 국회 시 낭송의 밤’에는 도종환·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이은재 자유한국당·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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