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조 달러. 원화로 환산해도 체감하기 어려운 천문학적인 액수다. 올 상반기 현재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쓴 세계 부채 총액이 이쯤 된다고 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배. 그래도 감이 안 온다면 3만2500달러. 우리 돈으로 3800만원쯤 된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세계 인구 1명당 나눠 가진 빚이다.
블룸버그는 1일(현지시간) 이 같은 숫자들로 세계 경제의 부채 중독 문제를 제기했다. 당장도 위태로운 수준인데, 빚이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부채 GDP의 3배...남녀노소 불문 1인당 3800만원
블룸버그가 국제금융협회(IIF),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약 250조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쓴 글로벌 부채는 연내에 255조 달러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곳곳에서 불거진 채무 위기는 글로벌 부채의 증가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중국에서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을 둘러싼 우려가 크다.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채 정부 지원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좀비기업들은 전체적인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내 디폴트(채무불이행) 기업 수가 내년에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BIS에 따르면 선진국 비금융 상장기업 가운데도 좀비기업 비율이 6%에 이른다. 수십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전 세계 기업 디폴트 가운데 70%를 차지한 게 바로 미국 기업이다. 경제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미국이지만, 기업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학자금 대출이 경제의 새 뇌관으로 부상했다. 재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총액이 1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
호주에서는 부동산시장 호황 끝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실 우려가 불거졌고, 아르헨티나는 20년 만에 세 번째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세계 곳곳이 채무위기 지뢰밭...한국도 '채무폭탄'
채무폭탄을 떠안고 있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6시15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는 1418만7555원으로 10년 전인 2009년 723만원에서 2배로 늘었다.
국가채무보다 가계·기업 부채가 더 문제라는 지적은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도 한국과 호주의 가계부채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지적했다.
윤성주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재정포럼 11월호에 낸 '경제 주체별 부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값(110.5%)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86%로, 미국(109%)과 일본(107%), 독일(95%)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기업부채 비율도 지난해 기준 GDP 대비 101.7%로 주요국 평균값(94.0%)보다 훨씬 높다.
윤 연구위원은 한국의 좀비기업 문제도 짚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이 2014년 32.6%에서 지난해에는 35.7%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 안 된다는 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기업은 이 비율이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은 높아져 기업 간 격차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 의존 경기부양 '악순환'
세계 경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채무폭탄을 떠안게 된 건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 크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붕괴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세계 각국은 중앙은행을 통해 초저금리 자금을 푸는 식으로 경기부양에 나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푼 돈만 4조 달러가 훌쩍 넘는다. 연준은 당시 제로(0)금리와 양적완화(시중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라는 초유의 통화완화책으로 경기를 떠받쳤다.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공세 덕분에 지난 10여년간 과거 어느 때보다 빚을 내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블룸버그는 싼돈이 넘쳐 빚을 내는 게 아무리 쉬워져도, 채무 부담이 너무 커지면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빚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탄탄한 경제 성장세를 회복하는 것인데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성장세를 높이기 위해 오히려 부채를 더 쌓아올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더딘 성장세에 직면한 각국 정책당국이 공통분모로 들고 있는 선택지가 바로 빚을 더 늘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준이 올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와 더불어 양적완화를 재개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일본은행(BOJ) 역시 초완화 기조 아래 추가 완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과도한 통화완화 정책을 경계하는 이들이 재정부양을 주장하지만, 이 또한 결국 빚을 늘리자는 얘기다. '그린뉴딜'이나 '현대화폐이론(MMT)' 등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산업을 육성해 경제성장과 고용확대를 일으키자는 그린뉴딜이나, 정부가 마구 돈을 찍어 재정지출을 극대화하자는 MMT는 모두 막대한 재정적자(공공부채)를 전제로 한다.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한 부채'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 앨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홍콩 주재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속할 수 있다면 부채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부채가 언제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1일(현지시간) 이 같은 숫자들로 세계 경제의 부채 중독 문제를 제기했다. 당장도 위태로운 수준인데, 빚이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부채 GDP의 3배...남녀노소 불문 1인당 3800만원
블룸버그가 국제금융협회(IIF),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약 250조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쓴 글로벌 부채는 연내에 255조 달러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곳곳에서 불거진 채무 위기는 글로벌 부채의 증가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중국에서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을 둘러싼 우려가 크다.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채 정부 지원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좀비기업들은 전체적인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내 디폴트(채무불이행) 기업 수가 내년에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BIS에 따르면 선진국 비금융 상장기업 가운데도 좀비기업 비율이 6%에 이른다. 수십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전 세계 기업 디폴트 가운데 70%를 차지한 게 바로 미국 기업이다. 경제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미국이지만, 기업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학자금 대출이 경제의 새 뇌관으로 부상했다. 재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총액이 1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
호주에서는 부동산시장 호황 끝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실 우려가 불거졌고, 아르헨티나는 20년 만에 세 번째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세계 곳곳이 채무위기 지뢰밭...한국도 '채무폭탄'
채무폭탄을 떠안고 있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6시15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는 1418만7555원으로 10년 전인 2009년 723만원에서 2배로 늘었다.
국가채무보다 가계·기업 부채가 더 문제라는 지적은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도 한국과 호주의 가계부채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지적했다.
윤성주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재정포럼 11월호에 낸 '경제 주체별 부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값(110.5%)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86%로, 미국(109%)과 일본(107%), 독일(95%)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기업부채 비율도 지난해 기준 GDP 대비 101.7%로 주요국 평균값(94.0%)보다 훨씬 높다.
윤 연구위원은 한국의 좀비기업 문제도 짚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이 2014년 32.6%에서 지난해에는 35.7%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 안 된다는 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기업은 이 비율이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은 높아져 기업 간 격차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 의존 경기부양 '악순환'
세계 경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채무폭탄을 떠안게 된 건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 크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붕괴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세계 각국은 중앙은행을 통해 초저금리 자금을 푸는 식으로 경기부양에 나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푼 돈만 4조 달러가 훌쩍 넘는다. 연준은 당시 제로(0)금리와 양적완화(시중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라는 초유의 통화완화책으로 경기를 떠받쳤다.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공세 덕분에 지난 10여년간 과거 어느 때보다 빚을 내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블룸버그는 싼돈이 넘쳐 빚을 내는 게 아무리 쉬워져도, 채무 부담이 너무 커지면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빚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탄탄한 경제 성장세를 회복하는 것인데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성장세를 높이기 위해 오히려 부채를 더 쌓아올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더딘 성장세에 직면한 각국 정책당국이 공통분모로 들고 있는 선택지가 바로 빚을 더 늘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준이 올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와 더불어 양적완화를 재개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일본은행(BOJ) 역시 초완화 기조 아래 추가 완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과도한 통화완화 정책을 경계하는 이들이 재정부양을 주장하지만, 이 또한 결국 빚을 늘리자는 얘기다. '그린뉴딜'이나 '현대화폐이론(MMT)' 등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산업을 육성해 경제성장과 고용확대를 일으키자는 그린뉴딜이나, 정부가 마구 돈을 찍어 재정지출을 극대화하자는 MMT는 모두 막대한 재정적자(공공부채)를 전제로 한다.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한 부채'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 앨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홍콩 주재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속할 수 있다면 부채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부채가 언제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