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립주의와 중국의 팽창주의의 결과인가. 중국의 외교공관 숫자가 지난 달 기준,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에 주재하는 외국 공관의 숫자도 미국 워싱턴에 주재한 외국 공관 수에 불과 수 개로 차이로 근접했다. 장기화되는 미·중 갈등과 서방권의 각종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외교 네트워크와 대외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아시안닛케이리뷰에 따르면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는 이날 세계외교지수(Global Diplomacy Index)를 발표하고 중국의 재외공관 숫자가 276개로 나타나 미국의 273개를 추월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사관 및 고위 대표부 168개 △총영사관 및 영사관 88개 △상주 공관 9개 △기타 공관 8개 등 총 273개로,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또한 베이징에 주재하는 외국대사관도 59개로 워싱턴의 61개에 불과 2개 차이로 나타났다.
다만 국제협력기구 같은 공공외교서비스 부분은 미국이 1만4000여 곳을 운영해 여전히 중국의 1만여 곳보다 앞섰다.
세계외교지수는 G20(주요 20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다수의 아시아 국가들이 포함된 61개국의 대사관, 영사관, 상주공관 등을 분석해 공관의 위치와 공관의 수 등을 담고 있다.
로위연구소의 보니 블레이 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은 경제 및 군사력 강화에 외교적 네트워크를 추가하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대외 인원을 축소하고 있는 점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허브의 중요한 장소에 공관을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곳에도 공관을 세워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무부 예산과 조직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 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11월 현재, 해외주재 미국 대사관 50여 곳에 아직 대사가 아직 부임하지 않았으며, 국무부 주요 직책도 27%가 채워지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은 2018년 러시아와의 외교 갈등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영사관을 폐쇄하고 60여명의 외교관을 본국으로 소환한 사건도 발생했다.
반면 중국은 대만과 국교를 단절한 국가들과 외교적 관계를 재수립하고 남태평양을 중심으로 꾸준히 외교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중국은 대만과 단교하고 자국과 수교한 엘살바도르, 부르키나파소, 감비아, 상투메 프린시페, 도미니카 공화국 등에 새로 대사관을 개설했다.
아울러 거점이 없던 서아프리카 상투메 프린시페와 부르키나파소와 중미 엘살바도르에 새로 대사관을 개설했다. 카리브해 지역의 도미니카 공화국은 상업대표부를 대사관으로 격상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국제적인 협력 자세를 약화하고 일대일 중심의 고립주의 외교전을 펼치는 가운데 정책의 일관성과 팽창주의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국제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는 한 단면이다.
블레이 연구원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 공관을 운영하게 된 것은 '중국몽(中國夢)' 실현 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사관은 국가 간 정치적 관계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영사관은 경제협력 쪽에 더 무게를 둔다면서 중국이 미국보다 해외 영사관을 잘 갖추고 있는 것은 중국의 경제적 야망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발표된 61개국의 평균 재외공관 숫자는 120개로 나타났다. 중국, 미국에 이어 프랑스는 267곳을 운영했고 4위는 일본(247개소), 5위는 러시아(242개소)로 나타났다. 한국은 183개 재외공관을 보유해 전체 13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