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신탁' 은행서 판매될까… 당국과 시각차

2019-11-2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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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조 규모 신탁시장 잃을 위기 처한 은행권

신탁 성격 놓고 "사모냐, 공모와 혼재냐"

금융위원장 "공모 신탁 장려" 발언에 주목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신탁 판매를 제한한 방침을 두고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원금손실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유사한 '사모' 성격의 신탁만 제지해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14일 고위험 사모펀드와 신탁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종합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책의 키워드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을 20% 이상 잃을 수 있는 상품을 일컫는다.

문제는 신탁상품을 사모로 규정한 당국과 사모와 공모로 구분해 공모 판매는 인정해야 한다는 은행권의 입장차다.

지난 8월부터 불거진 DLF 사태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DLF가 속한 원금 비(非)보장형·사모 DLF의 규모는 4조3000억원으로 파악된다. 반면, 당국의 대책에 따라 은행권에서 판매가 금지될 신탁의 규모는 42조9000억원에 달한다.

황소개구리(DLF) 한 마리를 잡고자 연못을 들어낸다는 식의 당국 방침에 은행권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은행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히는 주가연계신탁(ELT) 판매가 금지될 예정이라 각 은행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은행에서 판매된 신탁 중 ELT가 40조4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파생결합증권신탁(DLT)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은 ELT의 모체격인 주가연계증권(ELS)도 펀드와 같이 공모와 사모가 구분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사모 ELS는 금지하되 공모 ELS는 신탁으로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신탁은 공모 펀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번에 고난도 사모펀드와 함께 판매 금지 대상에 포함된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달리 금융위는 신탁의 성격을 사모로 결론짓고 있다. 개인 투자자와 금융사가 일대일 계약에 따른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당국과 은행권의 팽팽한 시각차 속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공모 신탁 판매를 장려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은행권에 힘을 실어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은성수 위원장은 "신탁은 사실상 사모라고 하는데,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만 할 수 있다면 (공모 신탁을) 장려하고 싶다"며 "어떤 상품이든 공모는 (당국이) 장려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원장 발언이) 은행권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은 아니며 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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