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비 분담금 압박...국회 '비준안 거부' 카드 꺼내나

2019-11-20 17:17
  • 글자크기 설정

전문가들 "국회가 비준동의안 거부해야" 단호한 태도 주문

민평련 '비준안 반대' 입장...여야 의원 47명 '규탄 성명'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회 차원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 의회·정부 주요 인사들을 만나 미국 측 요구(방위비 분담금 6조원)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만약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국회 비준 동의안 거부' 카드도 꺼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방위비 분담 6조원 요구 특별협정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열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천정배 대안신당·송영길 더불어민주당·김종대 정의당·김종훈 민중당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비판하면서 국회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유영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은 2020년부터 적용될 11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에 다른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달러(6조 550억) 상당을 요구하고 있다”며 “올해 방위비 분담금 1조389억의 약 6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미국이 무차별적인 항목 신설 요구 △전례 없는 주한미군 군무원 인건비 부담 △작전지원 항목 신설(미국의 세계패권전략 비용 전가) △성주 사드 기지 운영유지비 부담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 연구위원은 “미국과 관련된 사안에 관한 한 거수기 노릇을 면치 못했던 국회 역시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안이 제출될 경우 비준 동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지와 행동을 지금부터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국회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민주당 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이를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대책과 관련, “SMA 10차 협정의 합의 내용(방위비 분담금 1조389억)이 최선”이라며 “2년, 3년, 5년짜리 협상이면 총액에 대해 상승 요인이 있지만, 1년짜리 협상은 제10차 기준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MA 이외 지원항목은 계속 협의하되 만약 합의가 이뤄지면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도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정부의 협상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드시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국회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잘못된 협상 결과를 가지고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한다면, 국회는 대한민국이 평화와 안전, 국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단호히 비준 동의를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방위비분담 6조원 요구? 특별협정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신승훈 기자]
 

제11차 한미방위비 특별협정이 마무리되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비준 동의를 위해 국회에 제출된다. 상임위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공식 발효된다.

앞서 1991년 제1차 협정 이후 10차례 협정을 맺는 동안 단 한 차례도 국회가 비준 동의를 거부한 적은 없다. 이번에는 미국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서 국회 비준안이 거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비준안이 거부되면 정부는 방위 분담금을 지출하지 않는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주한미군에 투입되는 비용은 미국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후에도 협상은 이어져 분담금 기준이 확정될 시 미국이 사용한 비용을 한국 정부가 소급해 지급한다. 문제는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우리 국민의 월급이다. 약 9000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근로자들의 계약과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에도 여당과 정의당 등 진보 성향의 정당들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비판하면서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송영길 의원 등 여야 47명 의원은 지난 15일 공동성명 통해 “50억달러 내놓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하겠다고 협박하면 ‘갈 테면 가라’는 자세로 자주국방 태세를 확립해야 트럼프 행정부의 협박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보수언론을 향해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잘못된 여론 형성을 조장하거나 방치하지 말아달라”며 “자주국방을 전제로 한미동맹의 협력을 구하는 결의와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국하는 3당 원내대표 (영종도=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가운데), 자유한국당 나경원(오른쪽),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출국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이들 3당 원내대표는 4박 5일간 미국에 머물며 미국 의회 및 정부 주요 인사들과 면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