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악풀의 뿌리는 언론 기사유통 왜곡에 있다

2019-11-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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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최근 안타까운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포털의 기사 댓글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결국 지난달 25일 다음카카오는 연예 섹션의 기사에 한해 댓글을 잠정 폐지한다고 발표하였다. 특정 인물에 대한 기사나 SNS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악성댓글에 대한 책임이 포털만의 책임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실 댓글(reply)은 기존의 전통적 기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태로 인터넷만의 독특한 양방향성(interactive)을 방증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댓글과 관련된 연구 역시 인터넷의 발달과 그 역사를 같이한다. 인터넷 강국(强國)으로의 변화 속에서 댓글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양면적으로 악성댓글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었다.
인터넷의 양방향성이 가져온 댓글에 대한 명(明)과 암(暗)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댓글과 관련된 연구를 살펴보면 크게 두가지, 읽기와 쓰기로 구분된다. 우선 댓글 읽기는 긍정적인 면이 강하였다. 여론 동향에 대한 정보 제공의 측면에서 종종 ‘여론의 창(窓)’으로 표현되며, 기사에 대한 보편적·일반적인 참여 방식으로 많이 연구되었다. 이처럼 읽기의 관점에서 댓글은 한마디로 사회구성원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공간이자 문화로서의 가치가 있어 학술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여론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반면, 댓글 쓰기에서는 어두운 이면이 나타났다. 해당 기사의 내용분석을 통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성격을 규명하고 공론장(公論場)으로서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지만, 쓰기의 관점에서 댓글은 앞서의 읽기와는 달리 부정적 결과들이 부각되었다. 예를 들어, 소수의 대량 댓글 작성자가 작성한 다량의 비방·명예훼손성 악성댓글이 댓글 공론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상위 5%의 댓글 작성자가 전체 댓글의 30% 이상을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왜곡의 소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도입 이후에도 기존 언론의 역할은 변함없지만, 기사 유통방식의 변화는 언론이 포털에 종속되어 가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본래 콘텐츠를 생산하며 구독과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언론은 디지털화의 변화에 뒤처지며, 영향력 있는 독자를 보유한 포털에 의존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이 기사에 대한 인터넷 트래픽이 언론사의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 구조에서 언론은 트래픽을 위해 가십성 기사를 생산하고, 포털을 통해 네티즌들은 악성 댓글을 다시 생산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되었다.

댓글에 대한 연구, 특히 악성댓글에 대한 연구에서는 발생 원인을 찾아 즉각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자정작용(自淨作用)을 선호하였다. 하지만, 자정작용의 대상을 정하기 위해서는 악성댓글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늘 중요했다. 이에 따른 첫째 자정작용의 대상은 이용자, 바로 댓글을 쓰는 네티즌이었다. 쓰기의 관점에서 악성댓글의 해결책으로 ‘스스로 올바른 댓글 작성’과 같은 범국민 캠페인부터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법적인 강제까지 제시되었다. 하지만 법적 강제는 사회심리학적인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악성댓글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으로 악성댓글의 편을 드는 반작용을 가져왔다.

선행 연구에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댓글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다는 연구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네티즌은 물론 일반공중 역시 댓글의 비대표성을 인식하면서도, 댓글을 통해 전체 여론을 유추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결국 댓글은 정치적으로 악용되며, 국정원과 정부의 댓글이 독자의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조작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으로 발전하였다.

이에 따라 악성댓글에 대한 자정작용의 대상은 결국 글을 쓰는 네티즌만이 문제가 아니라 공론장을 운영하는 주체인 포털로 책임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은 댓글에 대한 포털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믿고 있다. 그러기에 네티즌에게 대했던 법적 강제와 달리, 정부나 정치권이 법으로 인터넷 기사와 검색어 정책을 강제하기보다는 인터넷 사업자의 자율적 규제에 동조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포털이 느끼는 책임은 가혹했다.

다음카카오에 이어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 역시 이달 3일 실검(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개편(안)을 제시하였다. 실검의 순위가 마케팅이나 정치적 의도를 갖고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시한 포털의 대책이다. 이처럼 악성댓글이 사회적인 이슈가 될 때마다 여러 대책들이 제시되었지만, 기사의 댓글을 바탕으로 트래픽 증가라는 상업적 이득을 얻고 있는 포털의 사업모델상 자체적인 제재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 명확하다. 그렇기에 댓글 폐지만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포탈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제 현재의 유통구조 중 남아 있는 자정작용의 대상은 바로 단초가 되는 언론사이다. 작년에도 댓글 문제와 더불어 본지(2018년 4월 24일)를 통해 저널리즘의 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지만,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가십성 기사를 생산하면서 네티즌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유통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보다 효과적으로 악성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지금의 기사 유통 및 소비 구조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 국민의 77%가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소비하는 지금, 사실상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언론사의 소신있는 변화를 촉구한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역할과 스스로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언론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사실 악성댓글은 자정작용의 대상이 되는 어느 누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중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악순환의 구조는 깨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이 가져온 댓글 문화는 솔직한 의견 개진과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인터넷 댓글 문화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 이면에 자리잡은 악성댓글 역시 어찌 보면 우리의 문화이다.

지금 우리는 댓글의 득과 실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건전한 댓글 문화를 찾아가는 기로에 서 있다. 물론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악성댓글을 특정 주체의 책임으로 돌려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자정작용을 기대한다면, 누구를 탓하기 전에 네티즌과 포털, 그리고 언론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당한 댓글과 이로 인해 형성된 여론이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의 책임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은주, 장윤재(2009), “인터넷 뉴스 댓글이 여론 및 기사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지각과 수용자의 의견에 미치는 효과”, 한국언론학보 53(4), 5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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