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현우 대표와 롤스로이스의 부사장급 임원 4명이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손을 맞잡았다. 이날 체결한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계약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양사 간 단일 계약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한화에어로가 최근 이뤄낸 결실 중 가장 큰 성과다.
신 대표는 "롤스로이스와 이렇게 큰 계약은 처음"이라며 "지난 30년 이상 협력체계를 지속하며 쌓아올린 신뢰가 맺어낸 결실"이라며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성상현 한화에어로 홍보팀장은 "롤스로이스에서 당초 부사장급 임원 2명이 나온다고 했지만 인원을 늘려 총 4명이 나왔다"며 "그만큼 전에 비해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내에서 롤스로이스는 럭셔리 승용차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서는 사실 '항공기 엔진 제조사'로 더 유명하다.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 P&W와 함께 3대 제조업체로 꼽힌다. 이미 100여년이 넘는 제조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자동차와는 분리돼 별도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살펴본 롤스로이스의 엔진 제작 라인 곳곳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롤스로이스의 최신식 엔진인 '트렌트'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한화에어로가 납품한 부품들이 매우 비중 있게 활용되고 있었다. 각 조립라인마다 위치한 장인들이 섬세한 손길로 한화에어로의 부품들을 하나하나 조립해나갔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에서 납품한 부품들을 조립하는 과정은 100% 수작업으로 세밀하게 진행된다"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된 엔진은 보잉, 에어버스 등 세계적인 항공기에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롤스로이스의 부사장단 역시 한화에어로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드러냈다. 워릭 메튜 총괄부사장은 "한화에어로는 700여 곳의 공급사 중 신뢰할 수 있는 업체로 탑(TOP) 5 안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노버트 안트 부사장도 "지난해 수백여 개의 파트너사 중 다른 업체를 모두 제치고 '최고 파트너상'을 수상할 만큼 기술력과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라며 두 엄지를 치켜 세웠다.
한화에어로는 롤스로이스와의 협력관계를 점진적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3대 엔진 메이커 중 롤스로이스와 협력을 확대시키지 않고 회사의 미래를 키우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베트남 사업장에서 롤스로이스 전용 라인 구축에 돌입한 상태다.
신 대표는 "이를 위해 지난 10월에 베트남 사업장 내 제2공장을 착공했고, 내년 상반기에 완공할 계획"이라며 "향후 지어질 3번째 공장도 상당 부분이 롤스로이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딛고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에서 '탑-티어'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화그룹 내에서도 오는 2022년까지 4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전사적 지원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연간 6%대의 높은 시장 성장 흐름을 반영한 행보다. 한화에어로는 최근 5년간 롤스로이스, GE, P&W 등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작사들과 약 198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권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 대표는 "항공엔진 시장에서 '글로벌 넘버1 파트너사'로 성장하는 게 최대 목표"라며 "이를 위해 2025년까지 RSP사업(국제공동개발사업) 탑5 진입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설정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RSP 업체로서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 투자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