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용의 CEO열전] ⑲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자율주행차의 아버지,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대표

2019-11-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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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

ADAS 만든 자율주행차 아버지... AI 칩셋 '아이큐'로 4~5단계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 나서

과거 과학책에는 21세기가 오면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목적지로 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고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동차는 여전히 땅에서 굴러다니고, 운전자가 직접 운전해야만 한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를 향해 가는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 상용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운전자 없이도 목적지를 향해 가는 꿈의 자동차가 마침내 SF에서 현실로 나오고 있다.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인텔 수석부사장.[사진=인텔 제공]


◇자율주행차 아버지 "2023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대"

자동차 안전기술을 개발하는 모빌아이(Mobileye)의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최고경영자는 "2021년~2023년 정도면 4단계 또는 5단계 단계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4년 뒤에 사용자들이 알아서 목적지를 향해 굴러가는 자율주행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다른 사람의 말은 흘려들어도 되겠으나, 샤슈아의 말은 무게가 다르다. 샤슈아는 지난 30년 동안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해온 과학자이고, 20년 동안 '차량용 주행보조장치(DA, Driver Assistant)'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을 생산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이며, 무엇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제한적인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샤슈아를 '자율주행차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는 인공지능(AI) 인공신경망(딥러닝)과 컴퓨터 비전(보는 능력) 분야의 전문가다. 1960년생인 샤슈아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후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길을 떠나 1993년 매사추세츠공과대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인공지능 및 인지과학에 관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은 후 고국으로 돌아와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다시 강단에 섰다. 샤슈아는 1988년 이후 30년 동안 105개에 이르는 인공지능 및 컴퓨터 비전 관련 논문을 발표하는 등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샤슈아는 동료 교수들과 다른 재능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바로 사업 감각이다. 샤슈아는 자신이 연구한 AI·컴퓨터 비전 관련 기술로 창업을 꿈꿨다. 처음 시작한 사업은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부품이나 완제품의 정밀도를 측정하는 3차원 비파괴 검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샤슈아는 1995년 코그니텐스라는 기업을 설립해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코그니텐스는 2006년 스웨덴의 정밀계측기업 헥사곤AB에 매각됐다.

두 번째로 꿈꾼 사업이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주행보조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1998년 일본에서 강의하던 도중 떠올렸다. 샤슈아는 자신의 연구 결과 한 대의 카메라만 있으면 자동차가 차선을 이탈하는지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를 현실화하면 큰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을 직감했다.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샤슈아는 두 가지 거래를 성사시켰다. 첫 번째는 연구 및 개발에 집중할 본인 대신 자본을 조달하고 회사를 경영해줄 동업자를 찾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샤슈아는 이스라엘의 사업가 지브 아비람(Ziv Aviram)과 손잡았다. 두 번째는 모교인 히브리대로부터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전받는 것이었다. 샤슈아는 대학을 설득해 자신이 연구한 기술에 대한 권리를 얻은 후 이를 바탕으로 창업에 나섰다.

1999년 샤슈아와 아비람은 '모빌아이 비전 테크놀로지', 줄여서 모빌아이라 불리는 자동차 주행보조장치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를 설립했다. 샤슈아는 이후 20년 동안 모빌아이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로서 첨단 주행보조장치를 개발하고,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했다.

모빌아이는 샤슈아의 지휘 아래 카메라 센서로 자동차 주변 상황을 파악해 사고를 막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ADAS는 전방 충돌 회피, 차선 이탈 경고, 후방 감시 등 자동차 사고를 방지하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제대로 잡고 있어야 제 역할을 하는 기존의 주행보조장치와 달리 운전자가 잘못된 운전을 할 경우 이를 감지하고 바로잡는 제한적인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신이 주장한 이론을 마침내 현실화한 것이다. 모빌아이의 ADAS는 GM, BMW, 현대·기아자동차 등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의 자동차에 탑재되고 있다. 또한 샤슈아와 모빌아이는 물체인식센서(LiDA)와 레이더 등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자동차 센서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샤슈아는 모빌아이를 2014년 이스라엘이 아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모빌아이는 현재 27개에 이르는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 업체와 거래하고 있고 300종류의 차에 ADAS를 공급 중이다. 부품 제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영업 이익률이 30%가 넘는다. AI·컴퓨터 비전이라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다.

흥미로운 점은 샤슈아가 이렇게 놀라운 비즈니스적 성과를 거두면서도 연구자이자 교수라는 자신의 본업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샤슈아는 모빌아이에 재직하면서 히브리대에 있는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꾸준히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해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히브리대에 있는 샤슈아 교수의 인공지능 연구팀에는 관련 학위를 받은 9명의 박사와 9명의 석사가 소속되어 있다(2018년 기준). 이들은 샤슈아가 비즈니스 성과가 아닌 학문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연구뿐만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샤슈아는 억만장자가 된 이후 히브리대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는 히브리대 컴퓨터 공과대학의 학장을 맡기도 했다.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사진=암논 샤슈아 페이스북 캡처]


◇153억달러 받고 인텔에 회사 매각... 자율주행차 위한 AI 칩셋 개발 나서

2017년 3월 인텔은 153억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모빌아이를 인수했다. 앞서 167억달러를 들여 용도 변경이 가능한 반도체(FPGA) 제조사 알테라를 인수한 것에 이은 인텔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인수 합병이다. 인텔은 왜 직원이 고작 600여명에 불과했던 모빌아이를 이러한 거금을 들여 인수한 것일까.

이는 2030년 7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차 시장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인텔은 모빌아이를 인수한 후 샤슈아를 모빌아이의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또한 회사 내 서열 3위인 인텔 수석부사장도 맡겼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그 수준에 따라 크게 1~5까지 다섯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운전자 지원'이다. 운전자의 의도가 차량에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주행보조장치(DA)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2단계는 '부분 자동화'다. 운전자의 의도가 안전에 반할 경우 이를 감지하고 안전하게 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바로 부분 자동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3단계는 '조건부 자동화'다. 운전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잠깐(10초 내외) 운전대에서 손을 떼더라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4단계는 '고도의 자동화'다. 인공지능이 판단하기 어려운 특정 상황을 제외한 모든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운전자는 특정 상황에서만 운전대에 손을 올리면 된다. 5단계는 '완전 자동화'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알아서 목적지까지 차량을 운전한다.
 

모빌아이 아이큐 칩셋.[사진=인텔 제공]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은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GM, 아우디, 테슬라모터스 등이 이 수준에 도달했다. 3단계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해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모빌아이의 AI 칩셋 '아이큐3(EyeQ 3)'를 이용하고 있다.

모빌아이는 차량 주변의 상황을 보고 이를 분석하는 컴퓨터비전 AI 칩셋을 개발했다. 컴퓨터 비전이란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눈을 대신하기 위해 모빌아이가 개발한 칩셋이 바로 '아이큐(EyeQ)'다.

2004년과 2008년 출시된 '아이큐1'과 '아이큐2'는 2단계 자율주행기술인 ADAS를 구현하기 위한 칩셋이다. 아이큐는 27개에 이르는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에 공급되어 ADAS를 구현하는 데 이용되었다. 아이큐3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현재 3단계 자율주행차를 구현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샤슈아는 진정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차량 업체와 협력해 더 진보한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을 구현한 '아이큐4'를 개발했다. 아이큐4는 중국 전기자동차 회사인 니오의 4단계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등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니오는 모빌아이와 함께 자율주행차를 완성해 차세대 무인택시(로봇택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아이큐4는 컴퓨터 비전 능력만 갖추고 있던 기존 아이큐와 달리 인공신경망 기술도 함께 갖추고 있다. 보는 능력(컴퓨터 비전)뿐만 아니라 판단하는 능력(인공신경망)까지 확보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생산 기업이 아이큐 칩셋 하나만으로도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샤슈아와 모빌아이의 목표다. 

샤슈아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모빌아이는 완전한 자율주행차 개발이라는 마라톤에 참여한 상태다. 2030년 725억달러 규모에 달할 ADAS 시장과 1600억달러 규모에 달할 로봇택시 등에서 앞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빌아이는 로봇택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파리교통공단과 함께 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2020년 파리에서 테스트 주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BMW, 폭스바겐, 닛산 등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3차원 도로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3차원 도로 지도는 자율주행차에 제공되어 자율주행차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운행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먼저 2020년 1분기까지 유럽연합 내 모든 도로의 3차원 지도를 완성하고 이어 2020년 말까지 미국 내 모든 도로의 지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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