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7일 “유사 액상담배가 담배인지 아닌지 결정은 기획재정부에서 하고 있다. 담배가 아닌 제품을 조사할지 말지 결정을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KT&G, 쥴랩스 등이 선보인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우려, 사용 중단을 강력권고하며 경고수위를 높였지만, 여전히 유사 액상담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모호한 법 규정을 이유로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세븐일레븐 등 일부 편의점 업체가 유사 액상담배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모호한 액상담배 기준에 '시장 혼란' 여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담배의 법적 정의를 확대해 연초 줄기·뿌리 니코틴 등 제품도 담배 정의에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현재 담배사업법은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사용한 것만 담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사 액상담배는 높은 수준의 담뱃세를 내지 않고 그저 공산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판매 중인 일회용 유사 액상담배인 '버블몬'은 담배잎이 아닌 연초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사용한다. 일반 담배가 아닌 유사 담배로 구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니스톱에서 판매 중인 '몬스터베이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담배업계는 버블몬, 몬스터베이퍼 모두 가향이 들어가는 액상을 사용하는 만큼 기존 전자담배와 같은 사용 중단 강력권고 규제에 속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한 담배제조사 관계자는 “이번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해성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 조치를 받은 이유도 가향 액상에 대한 안전 우려 때문”이었다며 “가향이 더해진 액상 담배를 잎추출 니코틴이 아닌 이유로 규제에서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여론에 국회도 법 개정 행보에 나섰다.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연내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것.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사 액상담배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정부도 법안 통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사업법 개정이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전했다.
◆유해성 조사 진행 중...편의점업계 "정부 방침대로 따를 것"
대신 정부는 유사 액상담배에 대한 유해성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중심으로 유해성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유사 액상담배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식약처와 질본 관계자 모두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은 식약처 담당이고, 질본은 인체 유해성 분석을 담당한다”면서 “현재 복지부·식약처·질본이 함께 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온도 차가 있다. 유사 액상담배가 어쨌든 현재로선 담배가 아니기에 적극적인 조치에 인색하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유해성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식약처가 먼저 나서서 조사를 하지 않는다”면서 “기재부 등이 담배인지 아닌지 가부를 결정하며, 복지부가 분석 의뢰 등을 해야 조사를 실시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업계는 유사 액상담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침이 나오면 그대로 따를 것이란 입장이다.
앞서 복지부의 사용 중단 강력 권고 조치에 대해 유통채널 중 가장 빠른 대응을 한 것도 편의점업계다.복지부 발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GS25와 CU가 공급 중단을 선언했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주말인 26일 오전 잇달아 판매중단 대열에 가세했다.
버블몬을 판매 중인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행법상 버블몬은 공산품이지만, 회사 방침상 담배로 분류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추후 유사 액상담배에 대한 정부 지침이 마련되면 즉각 판매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미니스톱 역시 입장은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