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하는 현대차그룹…현대모비스에 쏠리는 눈

2019-10-3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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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티브 JV 설립 투자비중 낮지만 자율주행 기술 바탕 중장기 기대 커

창사이래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정의선 수석부회장 승계 주목

인적분할 후 기아차 지분 정 부회장 보유 글로비스 지분 교환 가능성↑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사진=현대모비스 제공]

[데일리동방] 현대차그룹이 미래 자동차시장 선점을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브랜드 밸류업 한계를 인식하고 근본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점해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리더'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은 단연 현대모비스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은 물론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 최대 수혜주로 꼽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대폭 늘었다. 전분기 대비로는 모두 감소했지만 지난해가 ‘최악의 시기’로 평가됐던 것과 비교하면 향후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신차 라인업 보강에 따른 선순환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반면 SUV 등 경쟁강도 심화, ADAS 등 신기술 적용에 따른 원가부담을 단기내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매출액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확대됐다. 그러나 매출원가율이 높아지면서 매출총이익이 감소하는 가운데 판관비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투자자본이익률(ROIC)도 낮아졌으며 잉여현금흐름(FCF)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판매 감소 등 공통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가 그동안 높은 성장을 이뤘지만 브랜드 가치에 있어서 선두 업체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성비’ 전략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변해야만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기술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자금은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지만 소비자 가격 전가로 100% 소화해낼 수 없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이 지닌 가장 큰 약점이었다는 뜻이다.
 

정의선(왼쪽)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케빈 클락 앱티브사 CEO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합작법인 설립 계약에 서명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앱티브 JV, 실질 수혜자는 모비스

최근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미국 자율주행 기술 회사인 ‘앱티브’와 합작법인(JV) 설립이다. 미래 자동차 기술 확보를 통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번 행보는 현대차그룹이 과거 단순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다른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도 그 성격을 알 수 있다. 앱티브는 연간 영업이익률 10%를 웃도는 수익성을 자랑하는 만큼 현대차그룹 이익률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투자규모는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지분 50%)다. 세부 내용을 보면 현대차그룹의 직접 투여자금은 16억달러, 나머지 4억달러는 관련 기술 현물출자다.

JV 지분은 현대차 26%(1조2390억원), 기아차 14%(6670억원), 현대모비스 10%(4760억원)를 각각 보유한다. 자기자본대비 투자규모는 현대차 1.68%, 기아차 2.45%, 현대모비스 1.55%다.

눈에 띄는 점은 지분율, 절대 투자금액, 자본대비 투자비중 등에서 현대모비스가 가장 낮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JV 성과는 현대차 혹은 기아차가 이번 딜(deal)의 최대 수혜자가 될까. 지분율만 놓고 본다면 현대모비스에 대한 기대는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 관련 매출이 단연 높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현대모비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8.1% 상승한 6272억원을 기록했다. 호실적 배경에는 전동화 부품 매출 확대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부품제조부문도 늘면서 완성차 생산 감소에 따른 모듈조립부문 부진도 만회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기준으로 보면 전동화와 핵심부품, AS부문이 두각을 나타낸 가운데 전기차와 완성차 관련 논 캡티브(비계열사) 물량이 증가했다.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차, 기아차와 달리 현대모비스는 JV를 통해 자율주행 4~5레벨 단계(완전 자율 주행은 5레벨)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도 향상되면서 미래 자동차시장에서 추가 수익 확보도 가능하다.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수록 현대모비스는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논란된 모비스 인적분할, 다시 부상

공교롭게도 현대차그룹의 JV 투자 발표 이후 현대차그룹 3인방 중 현대모비스 주가가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현대모비스가 창사이래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개편을 시도했으나 철회했다. 현대모비스 분할 구조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비율 등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최근 이 방안이 향후 지배구조개편 시나리오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하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을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과 교환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사업부문은 기아차 아래에 둬 시장의 재평가를 받게 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투자부문에 대한 지배력은 이전 계획대비 낮아지겠지만 논란은 줄일 수 있다. 또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매출 의존도를 줄이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는 점은 낮아지는 지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올해 3월 상장한 현대오토에버 지분(9.5%) 활용도 점쳐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에 있어서 현대모비스가 가장 눈에 띄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에서도 가장 유망한 곳으로 보고 있다”며 “정의선 수석부회장 승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계열 상장과 대규모 투자 등 현대차그룹 상황이 작년과 사뭇 달라져 지배구조개편 선택지가 많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룹 집중도를 보면 그 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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