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남북경색'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언제 빛 볼까

2019-10-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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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 확보 · 현대그룹 재건 과제 산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현대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됐다.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인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은 최근 경색된 남북 분위기에도 금강산관광 재개를 기대했지만 김 위원장 지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 금강산관광 관련 문구가 포함돼 기대감이 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지난해 11월 북한 금강산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의사를 내비추기도 했다. 그러나 또다시 악재를 만난 것이다.

현대그룹은 북한과 관련해 적지 않은 사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정은 회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 회장은 1955년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의 차녀로 태어났다. 경기고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페어레이디킨슨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성개발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현영원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사업적 친분이 있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정은을 보고 다섯째 아들인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배필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몽헌 전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살하자 남편의 뒤를 이어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다.

현 회장은 많은 고비를 넘기며 현대그룹을 이끌어 왔지만 신성장동력 확보, 현대그룹 재건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 대북사업 7전8기 오뚝이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 회장은 '단 1명'의 관광객이라도 있다면 금강산관광을 계속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덕분에 대북사업과 관련해 7전 8기의 오뚝이와 같은 뚝심있는 경영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한번 내린 결정은 후회하지 않는 스타일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말을 듣고 있다.

1998년 11월 시작한 금강산관광은 2003년 9월 육로관광으로 확대되는 등 순항했다. 2008년까지 193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등 200만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관광객이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면중단됐다.

현 회장은 이듬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금강산관광 재개를 합의했고 당국간에도 재개를 위한 회담이 열렸지만 입장 차로 결렬됐다. 2009년에는 현대아산 직원들이 137일간 북한에 억류되기도 했다. 급기야 2011년 금강산에 상주하는 남측 인원도 전원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관광 중단 이후에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 행사와 현대그룹 관광 시작 15주년 기념식 등이 열렸지만 관광객에게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금강산 관광재개 희망이 생기면서 현대그룹은 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1월에는 금강산 현지에서 관광 2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를 열었고 방북한 남측의 각계 인사들이 구룡폭포와 구룡연, 관폭정 등을 둘러보며 관광 재개를 기원하기도 했다.

◆ 금융업 재진입 위한 포석

현정은 회장은 금융업을 다시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 회장의 아들 정영선씨는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정영선 이사는 1985년생이다.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경영권 승계보다는 현 회장의 금융업 확장이라는 분석이다.

현 회장도 현대투자파트너스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그는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신기술금융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지분도 늘렸다. 그는 2017년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자본시장법상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받는 과정에서 91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사재를 털어 참여할 정도로 큰 애착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모두 매각했다. 그는 현대투자파트너스를 통해 현대그룹의 금융권 재진입을 꾀하고 있다. 현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벤처투자에 초점을 맞춘 그룹의 종합투자사로 키우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성장동력 확보' 필수 과제

현 회장은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또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금강산관광 재개를 준비하면서 현대아산 유상증자까지 마쳐 난처하게 된 것이다.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현대그룹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아산이 시행하는 사업들은 대북사업을 제외하면 규모가 크지 않아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중단 이전인 지난 2007년 현대아산은 16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2008년부터 해마다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현대그룹은 구조조정, 경영권 공격 등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 그룹 내 알짜 계열사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됐다.

현대아산 적자가 계속되면서 자본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241억원인 현대아산 자본은 지난해 말 7억원까지 줄어들면서 자본잠식 위기에 몰렸다. 지난 3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345억원까지 끌어올렸지만 지난 6월 말 284억원으로 또 다시 감소하고 있다.

현 회장에게 추가 성장동력 확보와 현대그룹 재건은 필수 과제가 돼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그룹의 정보기술(IT)·물류자동화 전문 계열사인 현대무벡스 상장은 물류자동화 부문의 진출을 넘어 신성장동력 확보로 풀이된다.

현대무벡스는 현 회장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와 차녀 정영이 차장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회사로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도 현대무벡스가 현대그룹 미래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7년 7월 현대엘리베이터의 물류자동화사업부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해 IT사업을 하는 현대유엔아이 자회사로 편입하고 지난해 4월 현대무벡스로 이름붙였다.

이와 관련해 당시 쉰들러를 비롯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현대무벡스 기업가치를 높여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거래 의존도가 큰 IT사업 이외에 신사업 편입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무벡스는 합병 이후 물류자동화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IT사업과 상승효과도 도모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올 10월 완공되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물류자동화시스템 연구개발센터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IT사업부문을 주축으로 물류로봇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개성공단 내부에 물류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투자(IB)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북한 사업권에 대해 주요 사회간접자본 등 사업권을 독점 계약했다"며 "신성장동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실적 성장을 이루려면 남북경협이 현실화 돼야한다"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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