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사례로 재난방송을 들 수 있다.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2905분, SBS는 1556분, MBC는 1110분으로 재난방송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3사는 2017년 재허가 백서에서 재난방송에 대한 강화를 권고받았으나 과연 그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4월 강원 산불 당시 KBS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산불 확산 시점(고성산불 오후 7시 17분)보다 약 2시간 늦게 재난 자막을 송출했다. 공익을 위해 국민에게 많은 투자를 받는 재난 주관방송사의 모습이었다.
반면, 케이블 TV는 강원 산불 당시 당일 오후 3시 10분부터 산불 재난에 대해 속보 자막을 송출하였으며, 96시간에 달하는 5일 연속 생방송을 진행하였다. 4월 한 달간 재난방송 편성 실적을 살펴보면, 케이블 TV는 2만5117분으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보다 약 33배 많이 편성했다. 물론 KBS나 지상파들은 채널의 특성상 시간 제약이 있다. 다만, 전 국가적 재난 앞에서는 모든 이익을 포기하고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영방송으로 방송운영의 공공성을 고려해 방송발전기금 부담금을 3분의1로 감경받고, KBS는 가구당 2500원의 수신료를 받고 있으며, 유료방송에 프로그램 사용료 개념인 CPS를 가입자당 400원씩 받는 것이다. 이에 더해 700㎒의 고품질 주파수 대역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경제 규모로 추정하면 국가가, 국민이 몇 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한 만큼 과연 공익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가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한 것은 사익 추구를 극대화해야 하는 유료방송 사업자는 오히려 공익을 위해 엄청난 투자와 함께 공익의 의무를 인내하고 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40조를 살펴보면 지역 케이블 사업자들을 재난방송 사업자로 지정하였다. 최근 지역에서 돌발성 재난이 증가하고, 사회적 재난 또한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기존 지상파 중심의 재난 대응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역 중심 매체인 지역 케이블 방송사에 대해 재난방송 의무사업자로 지정하였으며, 지역 케이블 방송사는 자체 지역 채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제공하여 지역의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에는 케이블 사업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지역 지상파만 지원 대상이다. 바꿔 말하면 의무만 있고 지원은 없는 것이다.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유료방송사업자인 케이블 TV는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 케이블 사업자들은 지상파가 감경받는 방송발전기금을 가장 많이 내고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방송발전기금의 지원은 가장 적게 받는 플랫폼 사업자이다.
이에 정부는 지역 채널의 존속 및 지역성 구현을 위해 중장기적인 유료방송 발전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상의 지역방송 정의에 종합유선방송(SO)을 포함하여 지역방송으로서 지위를 인정하고, 지역 콘텐츠 제작에 대한 방송법상 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해설 및 논평에 대한 금지조항을 삭제하여 지역 밀착 언론의 역할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밀착형 미디어 허브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