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그룹의 계열사 대호개발은 최근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자회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5.06%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반도그룹은 한진칼의 4대 주주가 됐다.
한진칼 지분을 각각 2.46%, 1.75%씩 소유한 한영개발과 대호개발은 반도종합건설의 100% 자회사다. 지분 0.85%를 취득한 반도개발은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의 장남 권재현 반도개발 상무의 소유다.
세 계열사의 기존 한진칼 지분 4%에 최근 한영개발이 4만 주를 취득하면서 반도그룹의 지분률이 5.06%로 높아졌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은 반도그룹의 주택사업의 기초가 되는 택지확보에 특화된 시행사 성격이 강한 자회사다. 이러한 회사에서 주력사업과 관련없는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진일가와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강성부 펀드(KCGI)간 경영권 분쟁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반도그룹의 이번 지분 취득 의도가 주목된다.
KCGI는 지난해 강성부 대표가 설립한 기업 승계와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하는 독립계 사모펀드다. 도덕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하며 한진칼 뿐 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반도그룹이 최득한 5.06% 지분이 한진 오너일가와 KCGI의 경영권 분쟁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서다.
반도그룹 측은 단순히 투자를 위한 지분획득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분획득도 과거 진행했던 사업다각화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반도그룹은 주력인 토목·건축, 주택건설사업, 부동산매매, 임대업 등 건설업 외에 골프장과 리조트를 인수하며 레저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자체 분양과 신규 수주마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시급해 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칼 지분 취득이 새로운 투자처의 일환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2대 주주인 KCGI가 반도건설과 손을 잡는 행보를 보일 경우 한진칼과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막을 올릴 수 있다. 이들이 지분을 합할 경우 21.04%를 차지해 최대주주인 고 조양호 회장 지분(17.84%)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진칼과 우호지분인 델타항공이 38.93%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율 격차는 기존 22.96%포인트에서 17.09%포인트로 줄어든다. 한진그룹 측의 상속세 등을 감안하면 경영권 방어가 안심단계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건설 측의 한진칼 지분 추가 취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행보에 따라 경영권 행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그룹은 건설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다각화를 펼쳤으나 이번 한진칼 지분 취득은 단순히 투자목적이라고만 보는 시각이 많지는 않다”며 “향후 반도그룹의 추가 지분 취득이 이어질 경우 경영권 분쟁에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