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방송을 시청하는 행위는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가장 기본적인 여가활동이다. 하지만 방송 시청이라는 가장 일반적인 여가활동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와 ‘바보상자’라는 경멸적인 표현은 방송 소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가 <텔레비전론>(박효숙 역, 서울: 현대미학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시청자는 방송사가 제공하는 편성이라는 흐름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수동적인 소비만이 가능했다는 것도 방송 시청을 폄하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우선, 방송이라는 용어로 이용자들의 영상 소비를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용자들의 영상 소비가 텔레비전 수상기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확장된 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빈지 뷰잉(binge viewing)은 이용자들의 새로운 영상 소비 방식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우리말로 ‘몰아보기’, ‘콘텐츠 폭식’으로 번역되곤 하는 빈지 뷰잉은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특정 드라마를 한꺼번에 배포하면서 다음 회를 기다리지 않고 이어서 소비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일반화 되었다. 이용자들은 더 이상 편성이라는 시간적 흐름과 TV 수상기라는 공간적 한계에 갇혀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방송과 영화를 포함한 영상 소비는 다른 예술에 비해 심미적 가치가 떨어지는 대중문화로 폄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영상 소비자들이 영상 소비에 기대하는 것이 단순히 오락과 기분전환일까? 최근의 영상 소비 행태를 보면 그렇게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영상 소비의 이와 같은 변화는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기회와 동시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몰아보기와 같은 새로운 이용 방식은 OTT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방송사업자의 영역이 잠식당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영상 소비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고려할 때 공격적인 투자는 거의 필수적인 것이 되어 가고 있다. 토드 스팽글러(Spangler)는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빈지 뷰잉을 빗대어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를 빈지한 투자(binge-spending)라고 표현했다. 이용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영상을 소비한다는 적극적인 실천행위는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일상을 재편하고 예술을 감상하는 것에 버금가는 문화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는 몇몇 사업자의 혁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상 소비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끌어낸 것이기도 하다. 사업자들은 오락적 가치뿐 아니라 심미적 가치를 지닌 작품을 기대하는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영상을 소비하는 이용자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정당하게 누리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환경이 구축되어 가고 있다. 이처럼 영상 소비는 더욱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