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NOW]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의 혁신...잇따른 악재에 '브레이크' 걸리나

2019-10-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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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터진 LG화학 '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주력사업 실적둔화에 ESS 화재까지

첨단소재사업본부 신설로 '3대 핵심축' 비전 제시…석유화학·전지 투자에 변화 더뎌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LG화학 제공]

[데일리동방] LG화학 '신학철 체제'가 가시밭길이다. 3M 수석부회장 출신인 그는 LG화학 창사 이래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배터리 및 첨단소재 사업에서 혁신을 이끌어 낼 인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LG화학의 잇따른 악재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 부회장은 취임 초기인 지난 4월부터 암초를 만났다. LG화학을 비롯한 여수산업단지 석유화학업체들이 지난 2015년부터 4년 간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미세먼지 원인물질 측정값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신 부회장은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곧바로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의 해당 공장을 폐쇄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신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경쟁업체인 SK이노베이션에 칼을 빼들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 76명을 경력직으로 대거 채용하며 그 과정에서 '영업비밀 침해'가 이뤄졌다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LG화학의 국면이 '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에서 '배터리 소송전'으로 전환됐다.

'배터리 소송전'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에서 '명예훼손'으로 맞불을 놓은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LG화학과 LG전자를 묶어 '배터리 관련 특허침해'로 미국 ITC 및 지방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LG화학도 지난달 '특허침해'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맞소송을 제기, 결국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공방에 이은 '특허침해' 건으로 2차전에 돌입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 4월 '첨단소재사업본부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첨단소재사업을 석유화학, 전지에 이은 'LG화학 3대 핵심축'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신 부회장이 3M이라는 글로벌 첨단소재기업 출신답게 본인의 전문 분야인 첨단소재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신설 첨단소재사업본부는 기존 정보전재소재사업본부와 재료사업부문, 석유화학사업본부 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사업부를 통합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LG화학이 첨단소재사업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솔베이 EP 사업부 인수가 지난 7월 최종 무산된 데 이어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매각이 유력시되던 편광판·유리기판 사업을 놓지 못하고 있는 등 첨단소재사업본부의 변화는 더딘 상황이다. LG화학이 오는 2024년까지 연간 매출을 두 배 수준인 59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석유화학·전지 사업에서 연간 3조원 이상의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첨단소재사업에 대한 투자를 감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력 캐시카우 사업인 석유화학도 다운사이클로 접어들어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나면서 신성장사업에 대한 투자가 녹록치 않다.

지속되는 에너지저장시설(ESS) 화재 논란과 함께 3분기 실적 우려로 최근 LG화학 주가는 52주 최저가(28만65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영입한 신 부회장이 잇따른 악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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