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장 징계 사정권…투자자 공동책임론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주관으로 DLF 판매 은행들에 대한 특별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은성수 위원장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DLF를 주로 취급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제재 수위를 어디까지 높일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의 최고경영자에게 가해질 징계 수준에도 금융권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금감원의 특별조사 중간 결과 발표가 있을 무렵 하나은행의 DLF 전산자료 삭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지나쳤다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은 즉각 지위고하를 막론한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그는 "(지위에 상관 없이) 책임지게 한다는 건 원론적인 얘기고,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은행장들도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은성수 위원장은 아직 책임의 범위가 밝혀진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4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위원들은 DLF사태의 사기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은성수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금융사기 여부에 대해 금융위가 맞다, 아니다 할 단계가 아니다"며 "우리가 사기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검찰과 법원에서 수용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불완전 판매 여부만 금감원에서 본 것으로, 사기 여부를 (금융위원장으로서)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은성수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한 쪽으로만 치우쳐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DLF의 특성 상 금리가 하락할 시기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뻔한데도 오로지 실적만을 위해 판매에 열을 올린 은행과, 이에 앞서 초위험상품군으로 분류되는 DLF를 판매창구에 올리도록 승인한 경영진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은성수 위원장은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투자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에는 자기 책임도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과 투자자 '공동 책임'을 언급한 그는 금융당국 차원의 DLF 판매·구매 매뉴얼도 이르면 올해 내 구축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은성수 위원장은 "당국 입장에서 은행 책임이라고만 한 적은 없고,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며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은행이 상품 설명 의무 등에 신경을 더 썼으면 좋지 않았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 인터넷銀 최우선 과제…사모펀드 이슈도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마감을 하루 앞두고도 은성수 위원장은 '큰 손'들의 도전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금융위가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도 인터넷은행 신청건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5월 신청자(키움·토스뱅크 컨소시엄) 전원 탈락에 그친 예비인가 심사와 관련해 "이번에는 인가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비인가 신청이 마감되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심사 등을 거쳐 12월쯤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은성수 위원장이 직면한 현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이달 1일 사모 채권펀드 3개에서 274억여원 규모의 상환금 지급 연기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8일에는 모펀드 2개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펀드의 환매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진 걸 말한다.
모펀드 2개는 1조1000억여원 규모로, 이중 환매 중단 대상 펀드의 설정액은 62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은 우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시장불안 요인이 작용되지 않도록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사모펀드 제도의 허점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며 "DLF, 라임자산운용 등 악재가 반복되고 있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