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은 15년째로 새삼스럽지 않지만, 영유권 주장이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도발적 표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인식은 지난 7월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하자 한국 공군 전투기가 경고 사격으로 대응한 사건에 대한 설명에서 엿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방위백서의 '우리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조치'라는 항목에서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러시아 A-50 조기경계관제기 1기가 시마네현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해 상공을 침범하는 사안이 생겼다"고 서술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이며 주권국인 한국이 이에 대응한 것인데 일본이 이 구역이 자신들의 영공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전제로 한국군의 대응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
방위백서는 이 사건이 포함된 소항목인 '영공침범에 대비한 경계와 긴급발진(스크램블)'에서 일본이 규정하는 영공 침범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항공자위대뿐이라면서 "자위대법 제84조에 기반을 두고 우선적으로 항공자위대가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위대법 84조는 외국 항공기가 국제법규나 항공법 등을 어기고 일본 영공에 침입하면 방위상은 자위대가 해당 항공기를 착륙시키거나 쫓아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위백서가 올해 7월 독도 상공에서 벌어진 사건을 지목하면서 자위대법을 직접 들이댄 것은 아니지만 당시 사건은 중국 군용기나 러시아 군용기에 맞서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한 사례들과 병렬적으로 배치돼 있다.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중국 군용기가 접근하면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하듯 여건이 갖춰지면 독도에 관해서도 유사한 대응을 하는 방안까지 선택지로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도 지배하는 상황에서 당장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으나 외국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해 한국군이 대응하는 등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일본은 이를 빌미로 자위대를 출동시키는 등 독도 영유권 주장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방위백서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층 강화한 것 외에 한국에 관한 부정적인 기술을 많이 담았다.
우선 방위백서는 타국·지역과의 방위협력을 기술하면서 한국의 순서를 지난해 두 번째에서 올해 네 번째로 늦췄다.
작년에 제주도에서 열린 관함식을 계기로 벌어진 자위대 욱일기 사용 문제 갈등,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양국 간 갈등 사항으로 한국 관련 지면을 대부분 채워 '방위협력·교류'라는 주제를 무색하게 했다.
한국과의 교류를 긍정적으로 기술한 대목은 미국을 끼고 한국과 연대한 내용을 다룬 한미일 협력에 관한 내용 정도였다.
특히 작년 12월 벌어진 한국 해군 구축함과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이에 벌어진 갈등에 관해서는 한국 해군이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쏘았다는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 사안'이라고 기술했다.
자위대 초계기가 당시 고도와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한국 함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저공비행을 했다는 한국 측의 설명은 반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