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기술과 금융 부문에서 미국과 대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기술력 확보는 물론 금융시장 개방을 경험한 한국을 통해 중국이 얻을 수 있는 것도 상당하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진다면 향후 그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을 맞아 26일 국회 본관 3층에서 열린 '한중우호경제포럼' 마지막 섹션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 맞은 한중 대체방안'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한중 관계 지속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 소장을 좌장으로 해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김완규 한반도미래연구원 학술이사, 황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국제경제부 MBA 주임교수 등이 참석했다.
전병서 소장은 “중국 70주년에서 한국이 같이 한 역사는 38%정도”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이전과 이후, 미중 무역전쟁 이전과 이후로 나눠볼 수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특히 무역전쟁 이후 한중관계가 중요하다”며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 비옥한 땅이 된다는 말처럼 한중관계도 그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황비 교수는 전병서 소장의 “한중 교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인력 교류에서 활발해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에 온 이유를 물으면 여전히 한류 영향이 강하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교육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부모들도 한국을 유학지로 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가 처음 한국을 왔을 때와 달리 지금은 중국 유학생들이 대규모로 온다”며 “그만큼 양국 청년간 교류를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에서 대학교의 역할도 무시 못 한다”고 설명했다.
황비 교수는 “민간단체도 한중 학생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한중 인재에 대한 수요도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비 교수는 27년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해 한국에 대한 이해도 높은 수준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패권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병서 소장은 김완규 이사에게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이 대권을 잡으면 미중 관계 그리고 한중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완규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백인 중산층이 지지하는 세력인데 이들은 반중 정서가 강하다”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친중 인사인데 중국이 자신들의 적이 아니라는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강해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집권해도 표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반중 정서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미동맹 약화와 문재인 정부의 집권, 중국은 한반도의 균형추가 될 한국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피력했다.
전병서 소장은 정유신 원장에게 “중국에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며 “4차산업혁명 중심 중 하나인 인공지능(AI)이 확대될수록 반도체, CPU 등이 중요한데 중국이 이걸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병서 소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끝은 기술전쟁과 금융전쟁인데 한국과 중국은 이와 관련 어떤 형태의 모델을 만들 수 있나”고 물었다.
정유신 원장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는데 이 자체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며 “성장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아시아지역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한국과 중국 모두 수출은 물론 지역 전반과의 시너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 민간 협의체를 만들어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전반 협력 서플라이 체인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유신 원장은 “기업과 사람은 물론 세대간 협력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중국은 시장을 개방하고 노하우와 기술을 얻었던 만큼 향후 금융부문에서도 미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인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시장 개방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을 통해 외환시장 개방 등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