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돌격 LG’ 공격이 최선의 방어

2019-09-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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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장악력 위기에 공격력 한껏 끌어올려

삼성이 OLED '망신주기' 응수하자 공정위에 신고 반격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전방위 공세에 나선 LG그룹이 시장 잡음을 감수하면서도 전선(戰線)을 넓히고 있다. 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기조가 읽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4일 경기도 이천 소재 LG인화원에서 최고경영자(CEO) 워크숍을 열었다. 구 회장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이다. 이 자리에는 구 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가 전원 참석했다.

이번 워크숍은 일본의 무역 보복과 미・중 무역분쟁, 사우디 원유시설 테러 대응 전략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또한 올해 LG가 SK와 벌이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전과 삼성을 상대로 한 8K TV 패권 싸움 전략도 관심을 끈다.

전기차 배터리와 OLED(올레드) TV 사업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 강조한 미래 먹거리로 LG가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다. 이 때문인지 그룹 계열사들은 경쟁사와의 소송전과 패권 싸움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근거는 전기차 배터리 인력과 기술 유출이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 간 인력 100여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LG화학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됐다는 주장이다. 5월에는 SK이노베이션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형사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특허침해로 LG화학과 LG전자를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6월 한국에선 명예 훼손 등으로 소송전을 보탰다.

이후 양사 CEO가 16일 회동을 가졌지만 다음날 다시 여론전에 돌입했다. 같은날 경찰이 SK이노베이션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LG화학은 경찰이 SK이노베이션의 상당한 범죄행위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고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를 향해선 진짜 8K가 아니라며 공세에 나섰다.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이후에도 국내에서 8K 설명회를 열고 확전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인화의 LG'가 변했다는 평가와 함께 구광모 체제의 ‘돌격 LG’ 효과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선 구 회장이 지난해 7월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을 그룹 2인자에 앉혀 공격력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 회장은 이전까지 3년 간 기회를 줬던 MC(모바일) 사업본부장 자리도 1년만에 황정환 부사장에서 권봉석 사장으로 바꿔 앉혔다. 과거 권 사장의 올레드 TV 성공과 ‘1등 DNA’가 인사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도 최근 사의를 표한 한상범 부회장 후임으로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정호영 사장을 내정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7033억원을 기록했던 LG화학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675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 가운데 전지부문은 영업손실 1280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4975억원을 기록했지만 배터리 부문에서 671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LG가 미래 먹거리를 사업을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이빨을 드러낼 정도로 절박하고 예민해진 모습이다.

공세 일변도로 치닫던 LG의 보폭이 좁혀질지도 관심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LG전자는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하기로 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LG전자는 24개 수급사업자에게 휴대폰 관련 부품 등을 제조 위탁하고 내려간 단가 적용시점을 소급하는 식으로 하도급 대금 28억8700만원을 감액해 공정위로부터 재발방지 명령과 과징금 33억2400만원을 부과받았다. 중기부는 이같은 위반 행위가 오랜 기간 다수 수급 사업자에게 행해진 것으로 보고 공정위에 LG전자 고발을 요청했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중기부가 고발을 요청할 경우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해당 회사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연출한 LG 올레드(OLED) TV 망신주기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가 고발을 발표한 이날 오전 LG전자는 여의도 본사에서 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 QLED TV의 선명도(CM)가 12%에 불과해 진짜 8K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텔레비전을 분해하고 어두운 장면 표현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도 지적했다.

같은날 오후 삼성은 서울 R&D캠퍼스에 기자들을 불러 맞불을 놓았다. LG 올레드 TV에선 신문기자 글씨가 뭉개지는 반면 QLED 제품은 또렷하게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의 반격은 영악했다. 파나소닉을 포함한 주요 업체들과 8K 협회를 이끄는 삼성은 이날 기술 표준을 내세워 LG전자를 망신 주는 장면을 연출했다. 삼성전자가 HEVC(H265) 코덱으로 인코딩된 8K 스트리밍 영상을 틀자 삼성 제품은 바로 재생된 반면 LG 제품은 불러오기에 실패하고 화면 반쪽이 녹색으로 변했다. 양사 모두 아전인수식 설명회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강렬한 인상만큼은 삼성전자가 한발 앞선 모습이다.

잠시 숨을 고르던 LG전자는 19일 삼성전자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QLED TV가 LED 백라이트를 쓰는 LCD임에도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허위과장 표시광고를 했다는 주장이다. LG전자는 앞으로도 필요한 대응을 단호하게 할 예정이라며 확전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주장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LG가 품질 논쟁을 그만두기 어려운 배경에는 두 배가량 밀리는 시장점유율이 있다. LG전자 가전부문(HE) 실적은 1분기 3465억원에서 2분기 2056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삼성전자 CE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5400억원에서 2분기 7100억원으로 뛰었다. 삼성전자는 17일 IHS마킷 자료를 인용해 상반기 누계 판매량이 삼성 QLED 212만대, LG 올레드는 122만대라고 밝혔다.

구광모 회장 체제의 LG는 달라졌다. 선대는 승부근성에 조용한 리더십을 묶어낸 백조로 불렸지만, LG의 새 수장은 맹금류의 날개를 퍼덕이며 수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친아들로 태어나 2004년 큰아버지 양아들로 입적한 LG 4세 구광모 회장은 적통으로서의 성과를 요구받고 있다. 현재 확실한 성과는 그가 물려받은 정도(正道) 경영 이념에 '따질 것은 걸고 넘어간다'는 뜻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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