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훈풍을 불어넣었던 평양 정상회담이 오는 19일로 1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및 한·일 관계가 모두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진 상황 속에서 이달 말 북·미가 비핵화를 향한 실무협상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론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실무협상은 수주 내 재개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재차 취하며 남북 관계는 여전히 경색 국면을 맞고 있다.
일례로 평양 공동선언 합의사항 중 하나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화상 상봉 등을 추진하기 위해 앞서 열려야 할 적십자회담은 감감무소식이다. 또한 남북 정식회담은 지난해 12월 14일 체육분과회담 후 9개월간 중단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곧 북·미 실무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그 역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화경제로 공동 번영의 미래를 당당하게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은 유엔총회 계기에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개각 직후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전망에 대해 "새로운 체제하에서 먼지만큼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꽉 막힌 남북 관계와 한·일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자 무대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등 다자 무대에서 우리 위상을 정립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래야 북한 비핵화 이슈든 일본의 경제보복이든 국제 사회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