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공격 주체를 자임한 곳은 예멘 후티반군이 유일하다.
하지만 예멘 반군이 보유한 무인기 실력으로 석유 시설을 정밀 타격하기엔 거리와 정확도 모두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예멘 반군 거점에서 석유 시설까지 거리가 1000㎞ 이상인 점도 이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소다.
예멘 반군의 고위인사 무함마드 알부하이티는 16일(현지시간) 이란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우리 무인기를 요격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텐데 그런 능력이 없다"면서 "미국은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않고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4일 공격 발생 즉시 '이란의 직접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안보 당국자들은 위성 사진을 근거로 드론이 사우디 남쪽 예멘이 아니라 북쪽 이라크나 이란에서 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안보 전문가들도 예멘 반군의 드론 기술 수준과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후티반군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북부로부터 아브카이크까지 거리는 1300㎞나 된다. 장거리 드론이 배치됐다고 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공격 목표물이다.
이라크 남부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가 활동하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쿠드스군(軍)도 배치된 지역이다. 쿠드스군은 혁명수비대의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부대다.
이란이 직접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가 사우디의 석유시설을 공격할 동기가 없진 않다.
최근 시아파 민병대는 이스라엘과의 대립이 한층 격화됐다.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4차례나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기지와 무기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인기의 공격을 받았다. 시아파 민병대는 이 공격의 주체와 배후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지목했다.
이라크뿐 아니라 레바논, 시리아 등 이른바 '시아파 벨트'로 시야를 넓혀보면 무인기가 출발할 수 있는 지역이 보다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이를 두고 네덜란드 싱크탱크 클링헨델의 어윈 판 비엔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 방송에 "이번 작전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뒤 이란이 구사하는 '치고받기식' 대응과 일치한다"라며 "최근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에서 미국이 비호하는 이스라엘의 친이란 세력에 대한 공습이 상당히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공격 주체와 배후를 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도 이날 신경전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란을 의심했고, 러시아와 중국은 성급한 결론을 경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공격과 관련해 나오는 정보는 "책임이 이란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이 예멘으로부터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카렌 피어스 주유엔 영국대사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책임이 있는지 여전히 평가 중"이라면서 "이것(책임소재)이 정해지면 우리는 어떻게 책임 있는 방식으로 진행할지를 파트너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특사도 "공격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완전히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이번 공격은 지역 충돌 가능성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이런 유사한 사건이 걸프 지역에서 더 큰 충돌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은 이번 사건에 '이란 책임론'을 거듭 주장하면서도 유엔총회에서 이란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닫아버리지는 않았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만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란의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와 최대 압박 작전은 두 정상의 만남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 정부는 "유엔총회에서 이란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