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도 상품에 붙이기 쉬운 명분이다. 증권가에서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얼마 전 '애국펀드(필승코리아펀드)'를 내놓았다. 일본이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소재와 부품, 장비를 틀어막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는 상장사에 투자한다. 의아하게도 주가가 오를 만한 곳 대신 내릴 공산이 큰 곳에 투자하는 셈이다.
뜻밖에 잘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 펀드에 100억원 넘게 들어왔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농협은행 점포를 찾아 가입했다. 뒤늦게 신한금융지주와 KB 금융지주도 애국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애국 바람이 증권가 전체에 불 조짐이다.
걱정이 있다. 기우일 뿐이기를 바라지만, 되풀이해온 실수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녹색성장펀드와 청년희망펀드, 통일펀드처럼 수익성보다는 명분에 무게를 둔 펀드가 나왔다. 이런 펀드는 한때 80개 이상으로 불어났다가 이제는 20개를 밑돈다. 돈을 못 벌어서다. 5년 평균 수익률이 -13%로 국내주식형편드(-7%)에 한참 못 미친다.
새로운 정부마다 새로운 펀드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도 1년 전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놓았다.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명분은 좋았지만, 손실은 두 자릿수를 넘어서고 있다. 소신껏 펀드 출시 행렬에서 빠졌던 자산운용사만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고 한다. 물값 일부가 좋은 일에 쓰인다면 뿌듯할 수 있다. 펀드를 샀다가 손실을 보아도 그러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