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증권시보가 자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상하이·선전증시 상장사(7월 신규 상장사 제외)의 R&D 투자총액은 3107억8400만 위안(약 52조4700억원)에 이른다. 3년 만에 최대로 전년동기대비 21.51% 늘었다.
이들 기업의 연간 매출액 대비 R&D 지출, 즉 R&D 투자비율은 1.48%로, 2018년 상반기 1.37%보다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컴퓨터 업종의 평균 R&D 투자비율이 8.59%로 가장 높았으며, 통신·전자업종이 각각 4.62%, 3.83%로 뒤를 이었다.
기업별로는 반도체 회사 궈커웨이(國科微)의 R&D 투자비율이 60.85%로 가장 높았다. 자율주행 솔루션기업인 쓰웨이투신(四維圖新)도 50.17%에 달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헝성전자(恒生电子)·둥팡궈신(東方國信), 창촨과기(長川科技) 등도 각각 40%가 넘었다.
일부는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R&D 투자비율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중국 기업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R&D에 쏟아붓고 있다는 건 명백해 보인다. 중국 경제매체 진룽제(金融界)는 이들을 '리틀 화웨이'라고 칭했다.
또 올 상반기 R&D 투자액이 이미 지난해 전체 투자액을 넘어선 기업도 78곳에 달했다. 중국 국유 '석유공룡'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의 투자액이 76억8700만 위안으로 가장 많았다. 고속철 국유기업인 중국철건(CRC)은 70억200만 위안이었다. 지난해 화웨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중 표적이 된 통신장비업체 ZTE의 R&D 투자액도 50억 위안이 넘었다.
올해 새로 출범한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벤처·스타트업기업 전용 증시인 커촹반 상장사의 R&D 투자도 눈 여겨볼 만하다. 올 상반기 커촹반 상장기업 28곳의 R&D 투자총액은 18억9200만 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5.74%를 차지했다. 이중 R&D 투자비율이 10% 이상인 기업이 16곳, 20% 이상인 기업도 5곳에 달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패권 전쟁으로 번지면서 중국에선 최근 핵심기술을 하루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핵심기술은 국가의 중대한 무기다. 구걸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자력갱생으로 얻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중국 증시 상장사들도 R&D 투자를 늘려 핵심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최근 커촹반을 새롭게 출범시킨 것도 미국과의 기술패권 전쟁에 임하는 중국 하이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금조달원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