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을 갖지 못하는 건 남의 집터에 집을 짓거나 남의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점유율보다 중요한 건 핵심기술을 가지느냐다.”<마윈 알리바바 회장>
“핵심기술은 국가의 중대한 무기다. 동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자력갱생으로 얻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의 중국 미래산업 발전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노골화하면서 중국 내에서 핵심기술을 하루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최근 사흘 새 두 차례 회의를 주재해 핵심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에서 핵심기술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미국 상무부가 중국 2대 통신장비 회사인 ZTE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가하면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통신장비 핵심 부품이다. 그런데 퀄컴 등 미국기업에 반도체 부품을 의존하고 있는 ZTE로서는 남아있는 재고 부품 1~2개월 어치를 소진하고 나면 통신장비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 국내기업은 기술력이 딸려서 당장 반도체를 만들 능력이 안 된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덩치만 클 뿐 사실상 핵심기술이 없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집적회로 산업 매출액은 5411억3000만 위안(약 92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25% 남짓에 그쳤다. 핵심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반도체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그 동안 엄청난 공을 들였다. 천문학적 돈을 들여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인재도 빼왔다. 마이크론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수도 시도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핵심기술을 순순히 중국에 넘겨줄리 없었다. 그만큼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이번 미국의 ZTE 제재를 계기로 중국은 더더욱 핵심기술 확보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다.
중국 경제일간지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우리나라 삼성 반도체 발전역사가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시사점을 준다"며 "'제로'에서 시작한 삼성이 오늘날 반도체 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삼성 기업의 자주 연구개발, 정부의 지재권 보호 지원, 시장 기업가 정신 덕분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삼성도 과거 일본 샤프에서 어깨너머로 반도체 기술을 배웠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샤프는 기술 이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샤프에 훈련생으로 파견된 삼성 직원들은 공장에서 메모도 못 했다. 그들은 손가락, 키, 보폭을 이용해 샤프 공장 생산라인 규모를 헤아려야만 했다. 그렇게 삼성이 일본을 제치고 오늘날 반도체 선두주자가 되기까지는 35년이라는 힘겨운 노력이 있었다. ‘중국통’으로 유명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도 “우리나라가 지난 35년간 축적한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이 3~5년내 따라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도 핵심기술이 화두에 올랐다. 중국이 닮고 싶어하는 바로 그 삼성전자가 보유한 핵심기술과 관련해서다.
삼성전자 작업환경보고서를 둘러싸고 고용부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삼성전자는 보고서에는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며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보고서를 공개하면 중국의 경쟁 업체에게 이는 곧 ‘드십시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조차도 “동냥해서 얻을 수 없다”고 말한 게 핵심기술이다. 그런 핵심기술을 중국기업에게 ‘드십시오’라고 하고 줄 텐가. 우리 텃밭을, 우리 집터를 남에게 고스란히 넘겨줄텐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