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로 궁지 몰린 ZTE…은퇴한 76세 창업자까지 복귀

2018-04-19 17:49
  • 글자크기 설정

美기업과 7년간 거래금지, 고강도 제재에 패닉

1~2개월 후 재고 소진, 전 회장 사태 수습 나서

中 비판에도 대응책 미흡, 5G 주도권 내줄 수도

인이민 ZTE 회장(왼쪽부터)과 허우웨이구이 창업자, 자오셴밍 CEO가 중국의 한 공항에서 이동하는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라는 고강도 제재를 당한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가 궁지에 몰렸다.

미국산 부품 재고가 소진되는 1~2개월 후에는 제품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2년 전 은퇴한 76세의 창업자까지 현장에 복귀하고, 중국 정부도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다.

◇허우웨이구이 전 회장 복귀…6월이 고비

19일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한 장의 사진이 큰 화제를 모았다.

허우웨이구이(侯爲貴) 전 회장과 인이민(殷一民) 회장, 자오셴밍(超先明) 최고경영자(CEO) 등 ZTE 전·현직 수뇌부가 공항에서 직접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

이 가운데 허우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1942년생으로 올해 76세.

이미 은퇴했던 허우 전 회장이 2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ZTE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 동안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대(對)이란 수출 금지령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ZTE는 지난해 3월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이 부과한 11억9000만 달러의 벌금을 수용했지만, 미국은 ZTE가 관련 임직원을 징계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추가 제재에 나섰다.

ZTE는 17일 직원들에게 "미국 상무부로부터 미국산 부품의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직후 위기대응반을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며 평정심을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1985년 ZTE를 설립한 뒤 31년간 회사를 이끌며 중국 2위, 세계 4위의 통신장비 업체로 도약시킨 허우 전 회장은 다시 위기 극복을 위한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ZTE의 주력 제품은 기지국 설비와 라우터 등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이다. 통신장비 제조에 쓰이는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25~30% 정도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대부분도 미국 퀄컴을 통해 조달한다.

일각에서는 미국 기업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모바일 운용체계)를 ZTE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현재 ZTE가 보유 중인 미국산 부품 재고는 1~2개월 후 소진될 전망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한 ZTE 임원은 "기지국 설비부터 스마트폰까지 미국산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며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중단되면) 7년은 고사하고 1년도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中 "美 제 발등 찍게 될 것" 경고하지만…

중국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 수호를 위해 수시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오 대변인은 "무역전쟁은 미국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고 미국 소비자와 세계 발전을 훼손할 뿐"이라며 "미국이 ZTE에 취한 행동은 제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무역·투자 환경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결국 자신을 해치는 일이며 자업자득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미국 상무부가 ZTE 관련 제재 조치를 발표하자 즉시 미국산 수수에 대해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리고 수입업자들에게 최대 178.6% 수준의 보증금을 물리는 등 반격 카드도 내밀었다.

또 퀄컴의 NXP 인수를 승인하지 않는 식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퀄컴은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인 NXP를 380억 달러에 인수할 방침인데 미국과 유럽, 한국 등 8개 주요 국가 및 지역 중 이를 승인하지 않은 곳은 중국이 유일하다.

다만 이같은 보복 조치가 미국을 움직이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미국의 제재 대상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등으로 확대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화웨이와 ZTE는 중국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5G 이동통신 시장의 강자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칫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해 부품 수급과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오는 2025년 7914억 달러(약 850조원) 규모로 성장할 5G 시장을 경쟁사에 내줄 수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