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의 악행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끝이 나는데, 그를 잡아 침대에 누이고 똑같은 방법으로 머리와 다리를 잘라내어 처형했다고 한다. 서양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바로 이 신화에서 유래된 말로 자기 생각에 맞춰 남의 생각을 뜯어 고치려는 행위,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를 말한다.
2017년 9월 정부는 ‘투자자보호’를 내세워 ICO(가상화폐공개)를 금지했다. 그리고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 7월 21일 암호화폐 투자 사기로 무려 2조7000억원이나 되는 피해 금액이 발생했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정부가 ICO 금지를 발표하고 어떠한 조치를 취했기에 그 짧은 기간에 2조7000억원이나 되는 투자 사기가 발생됐을까?
지난해 11월 서울대 출신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 ‘프레스코’가 정부의 ICO 금지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본안 심사를 통과한 이 소송이 본격 심의에 들어가자 금융위원회는 부랴부랴 ICO 금지에 직접 공권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공권력 행사 부존재’라는 궁색한 변명과 함께 암호화폐를 재산권으로 볼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반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암호자산이라는 상품을 가치 있는 재산으로 인정하고 거래를 한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암호자산을 부정할 게 아니라 암호자산 거래 과정에서의 불법, 편법, 사기 행위 등을 감시하고 견제해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며 의무다. 암호화폐가 재산이다 아니다는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ICO는 IPO(기업공개)와 달리 투자자보호 절차가 없다는 주장을 했는데, 투자자 보호 절차가 없다면 그런 절차를 만들어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며 의무다. 결국 ICO 금지 조치 후 2조7000억원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때까지 정부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공권력 행사 부존재’라는 답변을 통해 공식적으로 헌법재판소에 밝힌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바라보면서 정부가 ‘프로크루스테스’로 보이고 ‘투자자보호’라는 단어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보이는 게 나 혼자만의 시각일까? 우리를 구해 줄 영웅 테세우스는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