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취소, 경찰 불허, 지도부 체포에도…" 13주째 이어진 홍콩시위

31일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주최 측의 집회 취소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운집해 13주째 주말 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중국 관영언론들은 홍콩 시위 장기화에 대한 비난 수위도 연일 높여가는 모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홍콩 시민들은 센트럴, 완차이, 코즈웨이 베이 등 주요 지역에 자발적으로 운집해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특히 완차이 지역에 운집한 시위대는 '홍콩국민의 집을 지켜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복합 체육 시설인 사우던 플레이그라운드에서 경찰 본부로 행진을 시작했다. 

앞서 일부 기독교도들은 주최 측이 집회를 취소하고 홍콩 경찰도 불허했음에도 이날 시내를 행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시내 곳곳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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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는 현재 홍콩 경찰 당국이 홍콩 주재 베이징 연락사무소 인근에 경찰 차량과 함께 물대포를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날은 앞서 2014년 8월 31일 중국 정부가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시행한다고 결정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결정은 홍콩의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이어졌던 민주화운동 ‘우산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주최 측은 민간인권전선은 앞서 이날을 기념해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으나 홍콩 경찰이 이날 집회를 불허한 데다가 30일 불법집회 혐의로 조슈아 웡 등 홍콩 시위 지도부 핵심인사 3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을 예고하자 시위 참가자 보호를 이유로 집회를 취소했다. 하지만 조슈아 웡 등 인사들은 체포된 지 약 10시간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내달 1일과 2일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 주변에서 교통을 방해하는 시위를 할 예정이다. 2, 3일엔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도 예고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관영언론들은 13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를 향해 비난 공세를 높이는 모습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31일자 1면 논평에서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가 홍콩 주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고 홍콩의 번영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평은 "폭력 분자와 반대파들의 각종 행동은 홍콩의 공공질서와 공공이익을 훼손하는 범죄 행위"라며 "이들을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폭력 행위를 저지르는 시위대를 '폭도'라 부르며 "이들은 '홍콩 독립'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심각하게 침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도 사평을 통해 "홍콩 행정부의 시위 강경 대응 배후에 중국 중앙정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로이터 통신은 앞서 29일 캐리 람 행정장관이 중국 중앙정부에 홍콩 시위대의 다섯 가지 요구사항(송환법 철폐, 시위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완전한 민주선거, 시위 `폭동`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기소 취하)을 담은 보고서를 중앙정부에 제출했으나 중국 정부가 모든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 사평은 "로이터가 뻔뻔한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라며 "세계최대 통신사의 치욕"이라고 맹비난했다. 사평은 "이는 급진적인 시위대로 하여금 더 강력히 중앙정부에 대항하도록 부추기고 홍콩의 혼란을 정치적 수준으로 한층 더 고조시켜 홍콩 사태에 새로운 파괴적 에너지를 주입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31일 주최 측의 집회 취소에도 불구하고 1000명에 가까운 시위대가 운집해 센트럴 지역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