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국 신화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에 중국 측이 전화를 통해 무역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간절히 협상을 원하고 있어 우리는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주말 추가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무역전쟁의 화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23일 중국이 연간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10%나 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미국은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연간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매기던 추가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올리겠다고 했다. 특히 이 조치는 중국이 건국 70주년을 맞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 아울러 9월 1일과 12월 15일 두 차례로 나눠 부과키로 했던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역시 세율을 당초 10%에서 15%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확전 양상을 보이던 미·중 무역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층 누그러진 분위기를 보이자, 시장의 불안감이 잦아들었다.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1%대 상승세로 마감했고, 전날 급락했던 아시아 증시도 상승했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6% 올랐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중국 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면서 미·중 무역협상 재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해온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가 아는 한, 최근 중국과 미국 협상대표들이 통화한 적은 없다”며 “미·중 양측은 기술적으로 접촉을 이어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도 “미·중 양측 간 전화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 격인 '종성(鐘聲)'에서 “미국 일부 인사는 중국이 미국의 공격에 반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중국의 결연한 반격 의지에 대해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전쟁을 원하지도 않지만, 중국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반드시 싸울 것”이라고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태도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포함시키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것을 발언한 것처럼 여기며,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실제 사례로 받아들인다”면서 “때로는 그는 그가 말한 것을 부인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는 신뢰를 잃었다며, 트럼프는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트위터를 활용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국 무역협상의 변곡점은 내달 1일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날부터 중국산 수입품 일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맞불 관세를 예고했다. 양국이 이를 부과할지 여부가 확전이냐, 협상 모색이냐를 가르는 관건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