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지통신은 한·일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는 수준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안이한지를 꼬집는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의 칼럼을 12일 게재했다. 이 칼럼은 양국의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갈등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칼럼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통해 기대한 것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일본이 얼마나 엄중하게 생각하는지를 한국에 '따끔하게' 알려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마이니치신문은 수출규제를 '깨우침의 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깨달음'을 바라던 일본의 기대는 빗나갔다. 한국에서 일본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한·일 관계에 대체로 침묵하던 한국 정부도 강경 자세를 천명했다. 수출규제 후 한국의 관심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인식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강경 조치에 쏠렸기 때문이라는 게 칼럼의 분석이다.
또 칼럼은 앞서 일본 극우 언론을 중심으로 나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과 친일정권 수립 기대는 터무니없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되려 수출규제 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반등하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한국 여당과 야당·진보와 보수가 한목소리로 일본을 규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칼럼은 만에 하나 일본이 현재의 한·일 관계 악화가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 때문이라고 판단해 쉬운 해법으로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이것은 단단한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칼럼은 한국 역시 수출규제로 구체화된 일본의 강경 대응이 아베 신조 일본 극우 정권의 특수성이라고 단정한다면 이 역시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불만이 높고 수출규제에 대한 보복조치에 찬성 의견이 높기 때문에 아베 정권이 퇴진한다고 해도 일본 정부가 '창'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수출규제 후폭풍에 대한 일본의 당혹감은 하루 전 마이니치신문을 통해서도 나왔다. 신문은 수출규제 후 양국 지자체와 스포츠 교류까지 중단되면서 "예상 이상으로 소동이 커졌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실었다.
아울러 신문은 지난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한달여 만에 첫 수출허가를 낸 데에는 양국 간 달아오른 감정을 한풀 꺾음으로써 한국에 냉정한 판단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처를 재차 촉구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