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대체로 높지 않은 비율의 지분 출자를 했음에도 컨소시엄 주관사를 대신해 치열한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8일 업계는 "다음 먹거리에 목말라 그럴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전반적인 건설업 침체 속에 위기감을 느낀 건설사들이 대형 시공권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북판 코엑스'로 불리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한화종합화학컨소시엄, 삼성물산컨소시엄, 메리츠종금컨소시엄 등 3개 컨소시엄이 입찰에 뛰어든 총 사업비 1조6000억원 규모의 복합개발사업이다.
한화종합화학컨소, 메리츠종금컨소에 각각 지분 29%, 19.5%를 출자한 한화건설과 롯데건설은 우선협상자 지위를 놓고 서로 다투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흘리는 등 '외곽치기'에 여념이 없다. 코레일은 지난달 9일 한화종합화학컨소를 우선협상자로 지정했고, 한화종합화학컨소와 9월 중 협상을 마칠 계획이라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이지만 메리츠종금컨소는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코레일과 협상을 진행 중인 한화종합화학컨소보다는 입찰 결과 우선 협상 대상에서 탈락한 메리츠종금컨소의 마음이 더 급한 듯보인다.
롯데건설 측은 "메리츠종금컨소가 제시한 토지매입가는 5651억원으로 우선협상자 지정된 한화종합화학컨소보다 325억원가량 높다"며 코레일이 한화종합화학컨소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코레일은 메리츠종금컨소의 경우 금융그룹(메리츠)의 출자 지분이 20% 이상인데도 법이 규정한 금융위원회 사전승인을 받지 않아 입찰 및 협상 자격을 상실했다며 메리츠종금컨소를 협상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그러나 메리츠종금컨소와 마찬가지로 금융그룹(미래에셋)의 출자 지분이 20%를 넘었는데도 금융위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삼성물산컨소는 차순위 협상자로 선정해 코레일이 원칙 없는 일 처리를 했다"고 날을 세웠다.
한화건설 측은 "법대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컨소가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이하 금산법)을 어겼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단 얘기다. 현행 금산법 제24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사업주관사 역할을 수행할 경우 미리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내용은 코레일이 제시한 공모지침서에 간접적으로 명시돼 있다.
주관사도 아닌 시공사 측이 이 같은 대리전을 펼치는 이유를 놓고 업계는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지분율에 관계 없이 수주전에 목맬 수밖에 없는 환경이 원인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 A씨는 "건설사들은 지금 다음 먹거리에 목말라 있다. 작년, 재작년에 주택사업을 따놓은 게 있어 현재 각 회사별 실적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내년, 내후년을 생각하면 한치 앞을 예단하기 힘들다"며 "사업비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실적 쌓기나 관리·운영도 편하니 건설사들이 (이 사업에) 더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끼리 자존심 싸움하는 것도 있겠지만 (입찰에서) 지면 입찰 준비하면서 이미 투입한 돈, 예를 들면 견적비나 설계비 등을 잃게 되지 않나"라며 "내부적으론 담당 임원들 옷 벗게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 B씨는 "A 컨소시엄이 사업을 따내면 그 안에 있는 시공사가 당연히 수의로 시공할 테고, 이에 따라 건설사 입장에서는 지분구조가 아니라 수주를 하느냐 못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건설사 영업 쪽에서도 (수주를 위해) 공을 많이 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