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격화의 핵심 쟁점은 특정 금융계열이 특정 산업을 지배할 수 없도록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규정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금산법) 규정 해석의 차이다.
코레일은 한화종합화학, 삼성물산, 메리츠종금 등 3개 컨소시엄이 참여한 최근 사업자 선정 결과 한화종합화학컨소시엄, 삼성물산컨소시엄을 각각 우선협상자, 차순위 협상자로 낙점했다. 반면 입찰가격을 가장 높이 쓴 메리츠종금컨소시엄은 금산법 규정 위반에 따른 입찰자 자격 부적격으로 우선협상 대상에서 탈락시켰다.
문제의 금산법 규정은 금산법 제5장 금융기관을 이용한 기업결합의 제한 중 제24조(다른 회사의 주식소유 한도)다.
이는 금융과 산업을 엄격히 분리함으로써 특정 금융계열이 기업 등 산업을 지배해 금융을 독점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코레일이 메리츠종금컨소시엄은 메리츠금융그룹의 지분이 45%에 달하는데도 금융위의 지분참여 승인을 받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메리츠컨소시엄은 미래에셋금융그룹 지분율이 39.7%인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금산법을 동일하게 적용받지 않고 제2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컨소시엄 측 주장에 코레일 측은 메리츠컨소시엄의 경우 메리츠종금을 주관사로 내세운 반면 삼성물산컨소시엄은 미래에셋을 주관사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금융 동일계열 총 지분율 기준으로 메리츠컨소시엄은 메리츠금융그룹이, 삼성물산컨소시엄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각각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주관사 여부와 지분 크기(지분율 20% 이상) 중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주장의 타당성이 엇갈리는 셈이다. 코레일은 주관사 여부, 메리츠컨소시엄은 지분 크기로 본 것이다.
이와 관련 메리츠컨소시엄 측은 현행 금산법은 지분율이 20% 이상일 때 금융위 승인을 받도록 했을 뿐 주관사만 승인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메리츠컨소시엄 측은 '사실상 지배' 여부를 심사해 승인하는 주체는 금융위인데 왜 코레일이 심사 승인까지 하느냐고 강조한다. 주관사 여부, 지분율 크기 중 어떤 항목을 기준으로 '사실상 지배'를 판단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금융위인데, 코레일이 나선 것은 월권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컨소시엄은 메리츠컨소시엄과 마찬가지로 금융위에 '기업결합' 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코레일이 금융위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기준으로 사업자 자격을 가린다면 메리츠컨소시엄과 삼성물산컨소시엄을 동시에 자격 박탈하든지, 아니면 적격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게 메리츠컨소시엄 측 입장이다.
이 같은 논란은 앞으로 금산법 시행령이나 금융위 내부 지침, 과거 사례, 금융위 유권해석 등으로 정리되거나 사법적 판단으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선 금산법 자체에는 사업주관사가 금융사냐 아니냐에 따라 사전승인대상 여부가 갈리진 않는다"며 "시행령이나 금융위 자체 지침, 유권해석할 만한 전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게 있다고 한들 금산법을 거스를 수 있는지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종합화학컨소시엄은 한화종합화학(40%)·한화건설(29%)·한화역사(29%)·한화호텔앤드리조트(1%)·한화에스테이트(1%), 메리츠종금컨소시엄은 메리츠종금증권(35%)·메리츠화재(10%)·STX(25.5%)·롯데건설(19.5%)·이지스자산운용(10%), 삼성물산컨소시엄은 삼성물산(36.2%)·HDC현대산업개발(24.1%)·미래에셋대우(19.9%)·미래에셋자산운용(9.9%)·미래에셋컨설팅(9.9%)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