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知彼知己... 극일의 출발이다

2019-08-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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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취임 이후(2013~2018년)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은 연평균 1.1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한국(2.95%)은 물론이고 경쟁국인 미국(2.30%)이나 독일(1.72%)에도 한참 뒤떨어진다. 심지어 브렉시트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2.06%)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은 현재 완전고용에 가까운 넘치는 일자리를 자랑하지만, 이는 양적 완화를 기반으로 한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다. 따라서 오히려 잃어버린 20년 시작 초입 당시의 과잉 고용을 연상케 한다.
아베 총리가 첫 번째 중의원선거에서 승리한 2012년 일본은 경제성장률 회복세로 돌아섰고, 이듬해에는 드디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2% 성장률(기저효과는 제외)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번째 중의원선거를 치른 2014년에는 0.37%로 급락했는데, 불과 2년 만의 일이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전통적 제조업 강국이며 100년 이상 된 중소기업들을 기반으로 한 장인(匠人)국가이다. 아시아 국가로는 비교적 일찍부터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까닭이다.

 

[최광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제공]


2014년 일본정부의 기업별 생멸조사 통계를 살펴보면 30인 미만 소기업 제조업 사업체 수 비중은 88% 남짓, 종업원 수는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에 반해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체 수 비중은 0.7%를 점유하면서도 종업원 수는 27%를 점유한다. 추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곤란하지만 2015년 인구센서스를 보면 30인 미만 소기업 쪽에서 전체 종업원 수는 무려 1000만명이 감소하고 제조업 종업원 수 또한 24만명이 줄었다. 분명 일본 산업의 위기이자 동시에 아베 정권의 경고등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부품·소재 분야 수입 규모(1772억 달러)는 전자부품, 화학제품, 1차금속, 일반기계, 전기장비 등 5개 분야에서 83.4%를 차지한다. 국가별로는 중국(544억 달러)에 이어 일본(288억 달러, 16.3%)이 2위다. 일본은 결코 만만치 않은 비중이며 아베가 경제보복에 나선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같은 주요 부품·소재는 일본 내에서도 소기업 중심으로 생산을 담당하는 이른바 뿌리산업들이다. 하지만 1인당 매출액 측면에서 일반기계(3552만엔), 전자부품(4072만엔)은 제조업 평균(4150만엔)보다 낮다. 화학(8286만엔), 철강(8165만엔), 자동차(6963만엔), 조선(4365만엔) 등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특히 자동차, 조선업은 완성품을 조립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철강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2014년을 기준으로 5년 전과 비교해 보면 자동차, 조선업은 사업체 수가 줄었으나 종업원 수는 약간 늘었다. 이 분야 성장세도 미세하나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관련을 맺고 있는 철강 및 화학 역시 종업원 수 감소폭이 비교적 적다. 하지만 전자장비·부품 쪽 감소 폭만 가장 큰 25만명, 35%이다. 바로 지금 우리와 일본이 경제전쟁을 하고 있는 분야이다.

1993년 중의원선거에서 일본 자민당은 511석 가운데 22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직전 총선보다 52석이나 줄어든 대참패였다. 이로써 55년 체제가 무너지고 비자민·비공산 8당 연정이 출범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였다. 0%대로 하락한 성장률에 특히 마이너스 5%에 이르는 제조업 성장률이 결정타였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철강업과 운송장비제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 후유증은 민주당이 480석 중 308석을 얻는 대승을 거두는 2009년 총선에서도 재현됐다. 이를 교훈으로 삼아 자민당은 최근 자동차와 조선업에 대한 핀셋 연구개발 재투자를 진행, 전성기 때의 절반 이상쯤 회복시키고 있다. 그리고 데이터를 보면 전자부품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최광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제공]


최 광 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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