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통계청은 2분기 국내총생생산(GDP)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월 31일 발표했다. 이는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분기(-1.7%) 이후 거의 10년 만에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한 1분기 수준과 동일한 것이다. 앞서 블룸버그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는 1.5%였다. 2분기 GDP 확정치는 오는 16일 발표된다.
구체적으로 2분기 개인소비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 전 분기 증가율(0.4%)보다 개선됐다. 반면 화물 수출 수입이 전년 동비 각각 5.4%, 7% 하락했다. 서비스수출 증가율은 전분기(0.8%)에서 0.6% 포인트(P) 하락한 0.2%를 기록, 관광업 경기 둔화세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랴오췬(廖群) 중신은행국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악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시장 자신감 하락 등으로 홍콩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며 "홍콩 시위는 6월에야 시작된만큼 2분기 GDP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4.1%에 달했던 홍콩 경제성장률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3,4분기 성장률은 2.8%, 1.2%를 기록했으며, 올 1분기엔 0.6%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 만의 최저 성장률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6월부터 8주째 이어지는 등 정치적 불안 악재까지 겹치며 하반기 경제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홍콩 명보는 3분기 GDP 성장률도 커다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올 한해 전체적으로 성장률은 1% 남짓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랴오췬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협상 재개,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3분기 홍콩 경제성장률은 반등할 수 있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했다. 그는 올 한해 홍콩 경제성장률을 1~1.5% 정도로 관측하며, 다만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홍콩 시위가 관광 소매 등에 미치는 영향도 가시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소매업관리협회는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한 지난달부터 이달 첫째 주 사이에 대부분 회원사의 매출 감소 비율이 한 자릿수, 많게는 두 자릿수에 달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업계는 이번 사태가 안전한 도시, 요리의 수도, 쇼핑의 천국이라는 홍콩의 국제적 이미지에 타격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의 6월 소매판매 수치는 1일 오후 발표된다.
홍콩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타라 조지프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앞서 지난달 29일 "기업인들은 홍콩 정부가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것을 촉구하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의 틀에서 도시의 국제적인 명성을 회복해 홍콩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분명한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가운데 홍콩 경제 위기 속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30일 국내외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기타 '불확실성'으로 홍콩 경제동력이 최근 약화되고 있다"며 "홍콩 경제 성장을 해치는 반정부 시위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 경찰이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 44명을 폭동 혐의로 무더기 기소하기로 함에 따라 본격적인 강경 대응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홍콩 경찰은 지난 28일 도심 시위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던 시위 참가자 49명 중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