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진입을 놓고 특히 한화건설과 호반건설의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 한화건설은 11위로 호반건설의 16위보다 5단계 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가 10위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호반의 최근 성장세가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판도를 크게 흔들어 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는 최근 높은 실적 상승을 보이고 있다. 호반의 경우 급성장을 바탕으로 한 몸집 불리기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한화와 호반의 약진으로 두 회사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권에 진입하면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10위권 밖으로 튕겨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 A씨는 "호반건설은 재작년과 작년 주택공급이 굉장히 많았고 실적도 꾸준히 올랐다"며 "업계에선 호반건설의 10대 진입을 유력하게 점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공능력평가는 최근 3개년 공사실적, 경영 및 재무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 지표다. 이에 따라 지난 몇 십년간 국내 주택전문 건설업체로서 꾸준한 공급·성과를 내온 호반건설의 10위권 진입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10대 건설사가 된다는 건 건설사들에 있어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등 도급사업 수주 시에도 영향을 준다. 호반건설과 같이 대형 그룹사 등의 배경 없이 성장해온 기업엔 더욱 의미가 크다. 다만 10대 건설사끼리는 공공 입찰 시 컨소시엄 구성을 할 수 없는 등 제약도 있다.
최근 호반건설이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는 점도 평가에 영향을 줄 거란 전언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 B씨는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과 인수합병을 하면서 규모가 커지지 않았나"며 "시공능력평가는 수주 실적뿐 아니라 회사규모나 자산도 중요한 평가 요인"이라고 전했다. 다만 "호반건설은 아직 토목 등 분야에서 한화에 밀린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는 점에서 페널티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호반건설은 업계의 이 같은 평가에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아직 시평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멘트를 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 진행하던 사업장들의 실적이 좋아 이런 결과(업계의 호평)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30위권 업체 가운데 부채비율이 가장 낮다는 점, 안정적 리스크 관리, 풍부한 현금 유동성 등이 자사가 가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경쟁구도에 있는 한화건설조차도 호반건설의 약진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합병으로 규모가 커진 만큼 시평에서 순위 향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는 경영실적이 많이 개선돼 경영평가 부분에서 작년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재개로 지난해 307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실적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3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하며 신용등급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호반건설이 올해 10대 건설사에 진입하더라도 이 지위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했다. 호반건설은 최근 들어 기존에 강세를 보이던 주택사업보다 인수합병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국내 신규 주택 건설시장의 파이가 줄어들면서 국내 주택시장에만 의존해선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 A씨는 "비중이 호텔, 리조트 등 레저사업으로 치우치다 보면 주택사업 비중은 자연히 축소될 것이다. 실제로 호반은 올해 주택공급을 예년 대비 많이 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기존에 해온 게 실적에 잡혀 10위권에 들지 모르지만, 향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기업이 순위권을 다투는 동안 10대 타이틀을 내주게 될 업체는 누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 C씨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빠지고 호반이 들어간다는 설이 돌더라"고 말했다. 현산은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실적과 수주상황 탓에 경쟁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재작년 8위를 차지했던 현산은 지난해 롯데건설, SK건설 등에 밀려 순위가 두 계단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 D씨는 "가만히 있어도 타 업체가 주춤하는 바람에 순위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며 "SK건설 등 대외적 리스크를 맞은 기업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건설은 지난해 발생한 라오스댐 붕괴 사고로 신인도가 하락한 상태다. 강세를 보이고 있는 플랜트 부문은 시공능력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