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넘어 우주로... 위성 인터넷으로 통신사 자리 위협하는 아마존

2019-06-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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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2022년 완성 목표로 전 세계 위성 인터넷망 구축 나서

남극·북극 제외한 전 세계가 서비스 지역... 이통사와 사업 영역 겹쳐

다가오는 우주 시대, 위성 관련 사업 선점 움직임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전 세계에 광대역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라고 알려진 이번 사업은 전 세계 이용자와 기업들이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도시뿐만 아니라 사막, 바다 등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실질적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할 계획임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숀 레이 AWS 아시아태평양 디벨로퍼 릴레이션 총괄.[사진=AWS 제공]


30일 숀 레이 AWS 아시아태평양 디벨로퍼 릴레이션 총괄은 기자들을 만나 "AWS는 오는 2022년까지 3200여개의 위성을 쏘아올려 전 세계 어디서나 위성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올해 말 첫 번째 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심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해 유출된 프로젝트 카이퍼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숀 레이 총괄은 "프로젝트 카이퍼를 통해 바다, 사막 한복판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광산, 석유시추시설 등이 위치한 오지뿐만 아니라 분쟁 지역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기업과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권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숀 레이 총괄은 아마존이 이동통신사의 경쟁자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프로젝트 카이퍼는 기존 통신망을 이용하지 못하는 오지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며, "속도와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와 달리 전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지속적으로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려 통신 환경을 개선하면 기존 이동통신사와 필연적으로 사업영역이 겹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프로젝트 카이퍼라는 이름은 태양계 외각 소행성대인 '카이퍼 벨트'에서 따온 이름이다. 카이퍼 벨트에 위치한 수 많은 소행성처럼 많은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리겠다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의 야심이 엿보인다.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위성만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이 과거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토로라가 추진한 '이리듐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전 세계 어디서나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위성이 60여개에 불과한데다가 90년대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음영 지역이 많아 대중화에 실패했다. 이용료도 일반인이 이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쌌다. 반면 프로젝트 카이퍼는 배치하는 저궤도 위성수가 50배 이상 많아 지구 전역을 커버할 수 있고, 유선 인터넷 서비스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저렴한 요금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카이퍼는 구체적으로 고도 590km에 784기, 고도 610km에 1296기, 고도 630km에 1156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북위 56도부터 남위 56도까지 감당하는 위성 통신 환경이 완성된다. 전 세계 인구의 95%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프로젝트 카이퍼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위성과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초저주파수를 활용하는 만큼 스마트폰 등 기존 단말기에서 프로젝트 카이퍼에 바로 접근할 수는 없다. 피자박스 정도 크기의 소형 중계기를 갖춰야 한다. 중계기에서 나오는 와이파이 신호로 인터넷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현재 위성 인터넷 업계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주도하는 '스타링크',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가 주도하는 '원웹'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여기에 제프 베조스가 주도하는 AWS와 블루 오리진이 합류해 삼파전 양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숀 레이 총괄은 위성 인터넷만 제공하는 타사와 달리 AWS는 지상 위성 기지국까지 제공하는 등 통합 '클라우드 위성 서비스(Satellite as a Service)'가 강점이라고 밝혔다. 위성 서비스란 클라우드를 활용해 위성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해주는 사업이다.
 
2015년 이후 많은 기업과 연구소가 1~2억원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부피 1리터 미만의 '큐브샛(초소형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올리고 있다.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다가오는 우주 시대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저렴하게 위성을 우주로 올려주는 민간 로켓 기업이 등장한 것도 큐브샛 활성화의 한 이유다. 하지만 저렴해진 위성 제작비, 발사비와 달리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지상으로 받아 분석하는 등 위성 관리에는 여전히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기업이나 연구소가 지상 위성 기지국을 직접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숀 레이 총괄은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을 통해 3년 내로 수천대의 위성이 우주로 쏘아올려질 전망"이라며, "이렇게 폭증하는 위성을 기업과 연구소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아마존은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 등 위성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전했다.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은 기업이나 연구소에게 지상 위성 기지국과 위성 관리용 서버 인프라를 임대해주는 서비스다. 미국 중부에 위치한 위성 안테나를 통해 위성에서 데이터를 전달받아 AWS 클라우드에서 분석·가공해준다. 기업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신규 서비스를 쉽게 출시할 수 있도록 만든 것처럼, 그라운드 스테이션을 활용해 위성을 쉽게 쏘아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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