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통장이 본 청약뿐만 아니라 무순위청약에서도 서울로 몰리고 있다.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분양가가 9억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등 규제가 수두룩하지만, "서울은 무조건 집값이 오르게 돼 있다"는 확신이 팽배하다.
정부가 현금부자들의 ‘줍줍’을 막고자 지난달 예비당첨자 수를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서울 분양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물량은 줄었으나 서울 분양아파트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활활 타올라서다.
지난달 진행한 롯데캐슬 클라시아 무순위청약(사전)의 경쟁률은 45.84 대 1에 달하며 본청약 경쟁률 32.64대 1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방배그랑자이(사전)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의 무순위청약(사전) 경쟁률은 각각 26.32대 1, 36.03대 1에 달하는 등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후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사후 청약경쟁률은 100.05대 1로 본청약(16.06대1)을 크게 웃돌았다. 3월 진행한 서울 동대문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와 서울 중랑구 신내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의 무순위 청약 경쟁률도 각각 213.69대1, 54.05대 1에 달하며 본청약의 7배에 달하는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지방의 경쟁률은 참혹했다. 경남 김해 삼계두곡한라비발디센텀시티, 진주 일진스위트포레강남은 본 청약이 미달됐다. 두 개 단지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각각 0.65대1, 0.43대1을 기록하는 등 성적이 좋지 못했다.
다만, 서울이라고 해서 모든 아파트의 경쟁률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규모가 작은 강서 화곡한울에이치밸리움A,B동, 동대문 답십리엘림퍼스트 등은 청약은 마감됐으나 미계약 잔여분이 대량 발생했다. 사후 청약 접수시에는 본 청약보다 적은 청약자들이 참여하면서 사후 청약경쟁률은 본 청약 경쟁률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호연 직방 매니저는 “본 청약과 함께 무순위 청약의 경쟁률이 높은 곳들은 입지가 좋거나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올해 2월부터 아파트투유를 통한 사전 사후 청약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무순위 청약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예비당첨자 비율을 80%에서 500%로 늘려서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더 주는 쪽으로 시스템을 개편했다.
그럼에도 무순위 청약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예비당첨자 수를 대폭 늘려 무순위로 나올 수 있는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청약 요건을 갖춘 수요자들에게 물량이 돌아갈 수 있다”면서도 "무순위 물량이 줄어들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가 저렴하거나 입지가 좋은 곳으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외면받는 아파트는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나 높은 분양가, 경기침체, 대출규제 등이 겹쳐 실수요자들이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계약에 나서지 못하거나 부적격자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어, 무순위 청약의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직방 관계자는 “경쟁률이 높은 인기 단지라도 막무가내식의 청약 참여보다는 공개된 다양한 정보의 입지분석, 분양가격 분석 등을 꼼꼼하게 진행해 무순위 청약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