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기주의 앞에 무너진 클라우드 강국의 꿈

2019-06-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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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용인 제 2 데이터센터 설립 포기

일부 인근 주민의 반발, 용인시 '나몰라라' 행정 등 원인... 국내 클라우드 사업 경쟁력 악화 우려

침통한 내부 분위기 수습하고 새 부지 물색 나서

한국 클라우드 산업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에서 손 꼽히는 규모로 세워질 계획이었던 네이버 용인 제2 데이터센터가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전면 백지화되었기 때문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해외 기업들은 서울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관련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 기업인 네이버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와 용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로 사업 경쟁력 약화 등 불이익을 겪게 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용인시에 '용인 공세 도시첨단산업단지 건립 추진 중단'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회사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용인 데이터센터 설립을 중단한다. 지역과 함께하는 좋은 상생 모델을 만들고자 했으나 진행하지 못하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으나, 업계에서는 경기도 용인시 대주동 부지 인근 주민들의 데이터센터 설립 반대 움직임이 설립 포기의 실질적 이유라고 보고있다.
 

용인시 공세동 산 30번지 네이버 신규 데이터센터 부지.[사진=네이버 제공]


◆국내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해외 업체들... 신 데이터센터로 경쟁력 확보 나선 네이버

지난 2017년 네이버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해외 클라우드·인공지능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 5400억원을 투입·용인시 공세동 14만 9633㎡(약 4만평) 규모 부지를 매입해 제2 데이터센터와 R&D 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춘천 데이터센터 '각'보다 약 2.5배 더 큰 규모다.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는 2배로 규모를 확장하는 LG유플러스 '평촌 메가센터'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될 예정이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폭증하는 데이터를 저장·분석하기 위한 클라우드 전용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보유량이 해당 국가의 클라우드 산업 경쟁력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하나도 없었다.

굳이 클라우드가 아니더라도 주요 IT 기업들은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자사의 핵심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현재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업체들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는 분석까지 있을 정도다. 네이버, KT 등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두 업체에 대항하고 있지만, 전 세계 수십여곳의 데이터센터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룬 이들을 상대하기에는 중과부적이라는 평가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는 부산시 강서구 미음산단에 한국 서비스를 위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있다.

◆NIMBY 현상 앞에 무너진 클라우드 강국의 꿈

네이버는 용인 제2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는 금융·공공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강화해 해외 업체로부터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사수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제2 데이터센터 설립이 백지화됨에 따라 이러한 네이버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당초 네이버는 2020년까지 제2 데이터센터를 완공하려 했으나, 전 땅주인과의 법적 분쟁으로 인해 완공 시기를 2023년으로 늦춰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는 부지 인근 용인 대주피오레 2단지 아파트 주민들과 공세초등학교 학부모 가운데 일부가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용인시와 네이버에 데이터센터 설립 취소를 요구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비상발전기·냉각탑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인근 주민과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1mG(밀리가우스) 미만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소량에 불과하고, 비상발전기·냉각탑에서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만큼의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인근 주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반대측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올해 5월에 이어 지난 6월 11일 용인시청 광장에서 데이터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는 등 '내 집 앞에는 무조건 반대(NIMBY)'라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작 분쟁을 중재해야할 용인시는 주민들의 움직임을 의식해 네이버에 주민들이 제기하는 유해성 의혹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13일 용인시의회에서는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미세먼지 발생, 화재 발생 위험 등으로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인근에 합당하지 않은 시설이라며, 경영 비밀에 속하는 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의 운영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침통한 내부 분위기 수습하고 새 부지 물색 나서

이번 용인 데이터센터 설립 백지화는 제2 데이터센터 설립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네이버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용인 부지를 과감히 포기하고, 서울 근교에 새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사업 경쟁력 향상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 5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전자파와 유해성 물질 배출에 대한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부득이하게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 무산으로 네이버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브이 라이브 등 회사의 미래 사업 확보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용인 데이터센터 설립 백지화로 인해 미래 사업 확보 및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해외 IT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용인 제2 데이터센터 설립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예비 계획을 준비해둔 상태다. 경기도 안양시, 파주시 등이 제2 데이터센터 설립 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설립이 백지화된 용인시 공세동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 사옥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연수원을 세우거나, 부지를 재매각하는 등의 방침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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