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3가지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고자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일 누진제를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누진구간을 늘리는 '누진구간 확장안', 여름철에만 누진제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 '누진단계 축소안', 연중 단일 요금제로 운영하는 '누진제 폐지안' 등 3가지 안을 공개했다.
1안을 지지하는 사람은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사람은 적게,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많이 내는 구조가 타당하다", "가장 많은 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안이라 선호한다", "적게 쓰는 가구나 저소득층도 할인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2안은 "여름철만이라도 마음대로 에어컨을 사용하고 싶다", "요금인상이 없으면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지하는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다소비 구간에 혜택이 확대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3안은 "자신이 사용한 전기량만큼 전기요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공평하다", "가전제품의 다양화, 대형화로 전기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TF는 누진제를 폐지하면 2018년 기준 1416만가구의 전기요금이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할인 대상 가구 수 887만가구를 훨씬 웃돈다.
3안을 반대하는 사람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폐지 시 전기사용량이 늘어 공기 오염 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일 단가를 현행 단계별 요금의 중간 수준인 125.5원이 아니라 가장 낮은 93.3원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토론에서도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 명세서에 발전비용, 송전비용, 정책비용 등 소소하게 기재해서 소비자가 자신이 내는 요금에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오는 14일 소비자가 계량기에 표시된 현재 수치를 입력하면 월 예상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한전 사이버지점과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전기요금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전은 공청회에서 이 시스템을 시연하고 사용 방법을 설명했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거의 다 공개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 과장은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정보의 부족"이라며 "한전과 소비 행태, 인구 구조, 새로운 전력수요 등 미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하고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걸 정책 기조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참석해 전기요금 인하를 반대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전소액주주행동은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를 3배수 3단계로 축소한 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더니 선거철을 앞두고 또다시 요금인하 정책을 펴는 데 반대한다"며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에도 한전이 적자를 내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김종갑 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TF는 그동안의 전문가 토론과 온라인 의견수렴 결과,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산업부와 한전에 1개의 권고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한전은 이 권고안을 토대로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 신청을 하고,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걸쳐 이달 중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