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로 번진 홍콩의 中 송환 반대 시위..."반환후 최대 규모"

2019-06-1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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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주최측 추산 103만명, 경찰측 추산 24만명 시민 참여

中 환구시보 "서방과 결탁한 반대세력…홍콩 흔들 수 없어"

홍콩에서 100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9일 오후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진 가운데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수십명이 다치는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홍콩 정부가 중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한 시민들이 집결해 열린 이번 시위는 지난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최대 규모였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자정을 넘긴 시각 홍콩 의회 레그코(LegCo)에서 시위대가 철제 바리케이드를 넘어서자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본격적인 진압 작업에 돌입했다. 

오전 1시께에는 홍콩섬의 중심부인 하코트 로드(Harcourt Road)에서 헬멧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이 강경대응하며 약 100여명의 시위대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와 경찰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시위대는 전날 오후 3시부터 약 10시간동안 빅토리아공원에서 시작해 코즈웨이베이 거리,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홍콩 정부청사와 의회까지 행진을 벌였다. 홍콩 시내를 뒤덮은 이들은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노란 우산을 들고  "법죄인 인도조약 철회하라", "캐리 람(홍콩 행정장관)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 주최 측 추산 103만명, 경찰측 추산 24만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주최측 추산대로라면 홍콩이 지난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뒤 최대 규모이다. 또 지난 2003년 국가안보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민주화시위 때보다 규모가 더 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범죄인인도'는 국제법상 국가는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는 없지만 다수 국가는 개별적으로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해 특정의 범죄자를 서로 인도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중국에서 주권을 반환하고 자치권을 획득한 홍콩은 범죄인 송환 국가를 일부 제한해왔다.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 홍콩에서 친중파인 캐리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2일 홍콩 입법위원회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은 홍콩으로 숨어든 범죄인을 중국 본토는 물론, 대만, 마카오 등의 요구에 따라 인도할 수 있게 된다.
 

[사진=AP통신]

홍콩의 마지막 총독을 지낸 영국의 정치인 크리스 패튼은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은 법치주의, 홍콩의 안정과 안보, 국제적 무역 허브로서의 홍콩 위상에 끔찍한 타격을 주는 법안"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이 법안이 홍콩의 법치주의와 공산주의 중국의 법적 개념 사이를 구분하는 방화벽을 제거하게 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막기 위해 100만명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캐리 장관은 월요일(10일) 시위대에 응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는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미국 뉴욕과 시카고 등 세계 26개 도시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홍콩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0일 '반대세력은 서방과 결탁해도 홍콩을 흔들수 없다'는 제하의 사평에서 범죄인 인도법안 체결은 정상적인 홍콩의 입법활동임에도 불구, 반대세략과 그들을 지지하는 국제세력은 이를 정치화 해서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평은 범죄인 인도법안 목적은 정당하고 홍콩 정부와 주류민심의 법치와 정의를 위한 노력의 결과라며 이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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