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사상 최대 18만명 모여 톈안먼사태 30주년 촛불집회

2019-06-0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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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중국과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 반감 겹치며 추모열기↑

4일 저녁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기념한 촛불집회에 사상 최대 규모인 18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며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반면 정작 톈안먼 사태가 발발한 중국 본토는 당국의 통제 속에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 중심부인 톈안먼 광장에서 학생, 노동자, 시민들이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등 중국 지도부는 이를 폭동이라 주장하며 탱크를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중국 당국은 당시 톈안먼 사태로 2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미국 등 서방국에서는 수천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중국 당국이 진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홍콩에서는 톈안먼 사태 발발 다음 해인 1990년부터 홍콩 시민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 주도로 매년 시위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가 열려왔다. 올해는 '인민은 잊지 않을 것이다'는 주제로 이날 저녁 8시부터 열렸다. 

지련회에 따르면 올해 추모집회에는 18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가 5일 보도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 인원이 참석했던 2012년, 2014년과 동일한 숫자다.

다만 이는 경찰 측의 집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날 경찰 측은 모두 3만7000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경찰측은 앞서 2012년, 2014년 당시 참석자 수도 각각 8만5000명, 9만9500명으로 집계했다.

이날 저녁 집회 시작 전부터 집회 장소인 홍콩 시내 빅토리아 공원내 6개 축구장과 중앙잔디는 이미 참석 인파로 가득 메워졌다. 집회 참석하려는 인파가 몰리며 인근 틴하우, 코즈웨이베이 지역까지 붐볐다.

촛불집회가 시작하자 앨버트 호 지련회 주석이 희생자에 헌화한데 이어 촛불 점화가 이뤄졌다.

초우한텅(鄒幸彤) 부주석은 30년전 톈안먼 광장에서 희생된 학생들을 향한 추모사를 읊었다.  그는 "여러분들은 대학 캠퍼스에서 출발해 베이징 시내 절반을 걸으며 당의 지침에 반대 목소리를 냄으로써 순종하지 않는 중국인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학생운동은 결국 무력진압으로 끝이 났지만 여러분들이 남긴 불씨는 여전히 후세들의 길을 밝혀주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해 초여름을, 여러분 덕분에 달라진 세계를 기억할 것이며, 그리고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30년 전 톈안먼 사태로 인한 희생자를 애도하는 한편, 홍콩과 중국간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조약 법안은 중국,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살인, 밀수, 탈세 등을 저지른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홍콩 야당 등은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이날 사상 최대 규모의 시민들을 촛불집회로 끌어모은 것도 톈안먼 시위 희생자에 대한 추모 열기와 더불어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를 향해 톈안먼 사태 재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일당독재 종식", "민주화된 중국을 건설하라"는 등의 구호도 터져나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은 전했다.

한편,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통제, 검열 속에 4일 중국은 되려 '조용'했다.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에 대한 집중 감시를 시작으로 톈안먼 주변, 그리고 주요 민감한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차단하며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 통제에 나서면서다. 
 

4일 저녁(현지시각)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기념한 촛불집회에 사상 최대 규모인 18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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