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주주 이탈 등의 악재로 주가와 순자산을 비교하는 은행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2배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에 그쳤다. 금융사들은 해외 영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자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직접 IR 챙기기에 나섰다.
올해 첫 지주 체제를 출범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19일부터 3박4일간 일본과 홍콩을 찾아 IR을 열었다. 국부펀드,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10여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는 강행군이었다.
손태승 회장은 올해 1분기 경상기준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한 경영성과 등을 알렸고, 비은행부문 인수·합병(M&A)을 통한 그룹의 성장성을 강조했다. 최근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충분했다는 후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지에서 면담 요청이 잇따라 당초 출장 계획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은 오는 8월에도 미국 등 북미 지역 기관투자자 대상 IR에 참석한다.
앞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월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를 차례로 방문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 기조에 맞춰 동남아 지역 사업을 점검하고 맞춤식 현지화 영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이어 김광수 회장은 이달 27일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28일(현지시각)부터 열리는 NH투자증권의 IR(NHIS Korea Corporate Day 2019)을 총괄하기 위해서다. 이번 IR은 해외 투자자와 국내 기업(8개) 간 일대일 미팅을 주선해 농협의 해외영업을 활성화하는데 목적을 뒀다.
지방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광폭 행보도 눈에 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오는 29일부터 2박3일간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IR를 진행한다. 그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 피델리티자산운용 등과 면담을 주도하며 투자자 지역의 저변 확대를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도 27일부터 30일까지 홍콩과 싱가포르를 차례로 방문해 신규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 회장들 모두 '글로벌'을 경영 키워드로 내세우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들과 스킨십을 유지해 현지화 속도를 올리는가 하면 직접 뛰는 영업을 몸소 실천하며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