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미ㆍ중 기술냉전…무역협상 앞에는 먹구름만

2019-05-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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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화웨이 거래제한 중국 더 자극할 뿐"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에 아시아서 자금이탈 가속

미국과 중국의 기술냉전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의 정보기술업체인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화웨이와 미국 기업 간의 거래를 제한 한 것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화웨이에 상품과 기술을 팔기를 원하는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게 됐다.

미국 정부는 90일 유예기간을 준다고 발표했지만, 거래제한 조치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CNBC 등 외신은 20일 전했다. 

기술냉전으로 미·중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무역협상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 일면서 아시아 시장에서는 자금이탈이 더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자신만만 화웨이···블룸버그 "미국의 실수" 

미국 정부의 조치에 화웨이는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21일 CCTV 등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5G 기술은 다른 기업들이 2∼3년 안에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미국 정치인들이 하는 행동은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과 기술을 사지 못해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준비가 잘 돼있다고 밝혔다. 

장밍 주EU중국대사는 20일 화웨이 거래제한에 대해 "미국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서 "중국은 보복에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은 희토류 주요생산 시설을 시찰하면서, 중국이 희토류를 보복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산 드론이 정보를 빼돌리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기술냉전은 드론 분야로도 확대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은 중국산 드론이 민감한 항공 정보를 중국 내 제조사에 보내고 중국 정부가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CNN은 20일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과도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화웨이와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미국에도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일 뉴욕증시에서 화웨이에 장비를 제공하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들은 줄줄이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안보 우려를 가질 수는 있지만, 이미 국내에서 장비 사용을 제한한 상황에서 미국 기업과의 거래까지 막는 것은 '심각한 실수'다"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미국의 제한이 가혹하게 적용된다면 경우 약 18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화웨이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면서 "화웨이를 파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엄청난 부수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는 미국 기업들을 비롯해 다른 무고한 업체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또 "중국은 이번 조처로 인해 국내 업체들의 기술발전을 위해 훨씬 더 노력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겠다는 전략이 되레 중국이 더 높이 약진하도록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또 화웨이를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것 역시 역풍을 불러일으켜 중국이 협상에 더욱 비협조적으로 나오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증시 자금유출 가속화

미·중 마찰이 거세지면서 해외투자자들의 아시아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보도했다.

아시아 지역에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는 기술 기업이 많으며, 미·중무역전쟁이 격화할 경우 지역 경제 둔화 우려에 커지기 때문이다.

5월 들어 해외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을 6조원 넘게 팔았으며, 한국, 태국, 대만 등에서도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과 홍콩 증시 교차 매매를 통해 이달 1월부터 17일까지 중국 주식을 364억 위안(6조2658억 원)어치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월간 기준으로 최대다. 

골드만삭스는 미·중 갈등의 흐름이 단기간에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원화와 대만달러, 말레이시아 링깃 등 신흥국 통화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는 줄었지만, 무역전쟁이 환율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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