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때 이른 대선바람이 불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3년 가까이 남았는데 시장에선 '정치 테마주'가 들끓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투자 문화와 계속된 증시 부진, 새로운 대권주자 급부상 등이 빚어낸 기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이낙연‧황교안 테마주 '들썩'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알루미늄 가공 업체 남선알미늄의 주가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한 주 동안 39% 이상 올랐다. 지난 16일에는 상한가 근처까지 치솟았고, 하루 거래대금도 3374억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 평균 거래대금은 1650억원 수준이다.
이 업체는 계열회사인 삼환기업의 이계연 대표가 이낙연 총리와 친형제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 총리가 한때 "그 회사 이름을 처음 들었다"며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른 모습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관련 테마주도 부상했다. 한창제지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주가는 최근 1주일 동안 22% 가까이 올랐다. 한창제지 최대주주 김승한 회장이 황교안 대표와 대학 동문이고, 목근수 사외이사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로 황교안 테마주로 지목됐다.
앞서 한창제지는 김 회장이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고교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이 총리와 황 대표가 범여권과 범야권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자 주식시장에서도 대선 테마주들이 날뛰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테마주도 재등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6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이 지사 테마주로 분류되는 에이텍은 3거래일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 테마주 투자 주의보
정치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 테마주는 관련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 주가도 급등하기도, 폭락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추격매수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선 시기가 이미 매수 시점이 지난 때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테마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될 경우 언제든지 급락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치 테마주에 의존하려는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며 "여기에 투기세력까지 편승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치인 테마종목의 불성실 공시 여부, 사전정보 유출 등을 엄격히 감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