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신동빈, 中서 ‘사드보복’ 쓴맛…美서 ‘아메리칸 드림’

2019-05-2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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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총수 최초 트럼프 만난 후 입지강화…선진국 시장 개척 속도

미국 롯데케미칼 ECC공장 이어 美 호텔사업 투자 확대키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전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한국 롯데에 첫 입사했다. 이후 29년 만에 미국 루지애나주에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ECC) 공장을 준공했다. 투자 금액만 총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다.

롯데의 통 큰 투자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빅 이벤트’를 성사시켰다. 신 회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한국 재계 총수 중 트럼프와의 첫 만남이자, 신 회장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순간이다.

19일 롯데 측에 따르면, 준공식 이후 신 회장의 백악관 방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트럼프와의 면담은 불확실했다. 내부에선 지난 9일 공장 준공식에 트럼프의 축전이 왔으니 실제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나왔다. 그러다 백악관 방문 전날 저녁,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막후에는 신 회장의 컬럼비아대 MBA 인맥과 트럼프의 최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준공식 축전에 이어 신 회장과 백악관 면담을 한 파격의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치적을 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제조업의 메카로 부활시키려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도 향후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의 협조와 우호적 여론이 필요한 터라,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롯데의 미국 진출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롯데상사가 첫 진출한 이래 앨라배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생산기지, 롯데뉴욕팰리스호텔, 괌 공항 롯데면세점 등 5개 계열사의 총 투자규모가 40억 달러를 넘어섰고 매년 사업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롯데는 루이지애나주 ECC 공장을 기반으로 에틸렌 40만t을 추가 생산하는 한편 뉴욕팰리스호텔의 높은 위상을 발판 삼아 미국 내 호텔사업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신 회장이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앞서 중국사업의 교훈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롯데는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됐다. 중국민들의 불매운동 등으로 롯데마트 매장을 모두 철수했고 식품부문 사업도 손을 뗄 상황에 직면했다. 여파는 한국 롯데면세점, 호텔로까지 이어져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신 회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이머징 마켓(신흥시장)뿐만 아니라 과감하게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간절함이 커진 상태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번 트럼프와의 만남을 기점으로 ‘글로벌 리더’ 위상을 공고히 하고,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양대 축인 화학과 유통 중 최근 국내 유통 업황이 좋지 않은 것도 이런 행보에 힘을 싣는다.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에도 롯데백화점·마트·하이마트·식품·주류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좋지 않다. 신 회장으로선 더 이상 국내에 안주할 수 없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이 한·일 현해탄 경영을 했던 것을 뛰어넘어 신동빈 회장은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러시아에 이어 미국까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리더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면서 “미 컬럼비아대 MBA 유학 당시 교류한 미래 경영자들과 꾸준히 인맥을 쌓아온 것도 한몫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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